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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나를 변화시킨 사랑들 - [응답하라 1994] 14화

스위벨 2013. 12. 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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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4화,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Ⅰ

: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나를 변화시킨 사랑들

 

 

나정이와 쓰레기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쓰레기는 나정이를 '우쭈쭈쭈'해 가며, 사랑을 듬뿍 표현한다. 마치 아기에게 하듯 깜찍한 경어체를 써 주고, 손도 꽉 잡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나정이도 그 사랑에 취해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행복에 취한 그들과는 다르게, 쓸쓸한 칠봉이의 마지막 밤이 다가온다. 칠봉이는 동계 훈련이 끝난 뒤에, 바로 일본 구단으로 옮겨 가기로 되어 있다. 나정이의 눈에는 칠봉이가 보이지 않는데, 행복한 연애에 빠진 나정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아련하기만 하다.

 

 

이별을 앞에 두고, 겨울 밤에 함께 술을 마시러 나온 칠봉이와 나정이. 마침 눈이 내리자, 칠봉이는 나정이에게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씌워준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로 악수를 청한 나정이의 손을 놓지 못하고, 이런 말을 건넨다.

 

"나정아, 혹시 만약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몇 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그때 옆에 아무도 없다면, 그땐 나랑 연애하자."

 

그만 포기하라는 빙그레의 말에, '지금이 때가 아니면 기다리겠다'던 칠봉이는 그렇게 몇 년 후를 기약한다. 그 다음 나정이가 방으로 돌아와 개 인형 위에 칠봉이의 모자를 벗어 두는데, 모자에는 나정이의 사진이 떡 하니 꽂혀 있다. 지난 야구 경기에서 오지 않는 나정이 대신, 부적으로 끼워 두었던 그 사진이다. 칠봉이는 그렇게 늘 나정이를 품고 지낸 모양이다.

 

 

 

가족을 무릅쓰고 환경을 이겨내어 마침내 이뤄낸 꿈이란 폼나는 법이다. 대부분의 우린 내 사랑하는 이들을 차마 밟고 넘어설 수 없어 끝끝내 스스로 꿈을 내려놓고 만다.

하지만 괜찮다. 얼마 되지도 않는 드라마틱한 성공담 따위에 기죽어 스스로 좌절과 패배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꿈만큼이나 사람도 소중했을 뿐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를 바꾸는 결단, 꽤 괜찮고 폼나는 일이다.

 

부모님 몰래 휴학을 했던 빙그레는 아픈 아빠와 눈물 나는 엄마의 사랑에 힘입어, 결국 스스로 의대에 복학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에서 그가 의사가 되었음이 밝혀진다.

꿈이 뭔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던 빙그레는 그렇게 가족의 희망을 꿈으로 삼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를 바꾸는 결단, 이라 했다. 그래서 오늘의 제목도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나정이가 그리했고, 오늘 쓰레기가 그랬고, 빙그레가 큰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빙그레가 그런 것처럼, 나는 칠봉이가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그가 나정이를 위한, 그녀와의 사랑을 위한 어떤 선택을 할 것만 같다.

 

 

 "오빠야 니 여자친구랑 헤어질기다. 딴 놈한테 뺏길걸? 있을 때 잘해라. 내라도 그 놈한테 가겠다."

 

역시 아직까지는 쓰레기가 우세하고, 오늘도 내내 달달한 쓰레기 오퐈의 깜찍함 향연이 펼쳐졌지만, 왠지 드라마는 그들의 앞날을 순탄치 않게 보여준다.

신병에 걸렸다는 쓰레기 사촌 동생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심상치가 않다. 그녀는 이미 서태지의 은퇴까지 예측하고 있어, 그녀가 가진 능력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그 말이 드라마의 중요한 복선인지, 혹은 자기를 구박하는 사촌 오빠 쓰레기에 대한 단순한 심술에서 나온 말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신촌하숙의 떠들썩한 그들은 1994년의 첫만남을 지나 1996년까지 왔다. 1996년의 그들은 2층 거실에 모여서 한 가지 약속을 한다. 1999년 12월 31일, 신촌하숙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이다. 나는 왠지 이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1996년의 그들 앞에 굳이 1999년의 약속을 들고 나온 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도, 하숙생들은 서로 자기 혼자만 와 있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날, 아마 꼼꼼한 성격의 나정이가 1999년에 잊지 않고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그리고 그 자리에 나오는 나머지 한 명이, 고아라의 남편 김재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오는 건, '몇 년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이라는 말을 건넨 칠봉이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 바람이 강하게 반영된 예측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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