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 에쿠니 가오리 / 츠지 히토나리 지음

스위벨 2014. 9. 29. 16:38
반응형

[책,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 에쿠니 가오리 / 츠지 히토나리 지음

 

 

    줄거리    

 

아오이쥰세이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던 연인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 때문에, 둘은 헤어지고 말았다.

 

시간은 흐르고, 아오이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보석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쥰세이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그림 복원사로 일하며 지낸다. 두 사람에게는 각각 애인이 있지만, 아오이와 쥰세이는 여전히 가슴 속에 과거를 담아두고 있다.

 

그런 중에, 쥰세이는 아오이와 했던 과거의 약속을 떠올린다. 10년 전, 마치 바람이 지나가듯 했던 약속을.

 

"약속할 수 있니?"

"무슨?"

"내 서른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 위에서 만나기로, 어때?"

  

            

 


두 사람이 만드는 하나의 사랑, 두 사람이 써 내려간 하나의 소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하나의 이야기를 남자 작가와 여자 작가가 함께 쓰는, '릴레이 합작'이라는 특이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츠지 히토나리는 <Blu>에서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에쿠니 가오리는 <Rosso>에서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월간 잡지에 '에쿠니 가오리'가 여자의 이야기를 한 편 실으면, 그 다음 달에 '츠지 히토나리'가 남자의 이야기를 한 편 싣는 것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큰 틀만 정해두고, 결말도 마지막에 정하기로 하고 각자가 이야기를 써 나갔다고.

그렇게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듯, 두 남녀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가 하나의 소설이 되었다.

  


 

엔틱 보석을 파는 여자, 과거의 그림을 복원하는 남자, 그리고 피렌체

 

아오이는 보석 가게에서 일한다. 새로 만들어진 보석도 팔지만, 아오이는 엔틱 보석을 판매하는 걸 좋아한다. 엔틱 보석은 과거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과거 누군가의 사연과 시간을 담으며, 현재 이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다.

 

쥰세이는 그림 복원사다. 과거의 그림들을 복원해 현재로 되살리는 사람이다. 쥰세이는 그것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일이라 말한다. 쥰세이는 그림에서 과거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대로 그림을 복원해 나간다.

 

그리고 피렌체의 두오모가 있다. 피렌체는 과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다. 도시 전체가 과거에 빠진, 그리고 그 과거가 여전히 현재를 사는 도시. 그래서 아오이와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만나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이, 과거의 사랑을 되찾을 장소이기에.



 

냉정과 열정, 그 사이

 

결국 아오이와 쥰세이는 다시 만난다. 서른 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이루어진 재회. 그들은 꿈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곧 깨닫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지금 눈 앞에 있는 상대가 과거와 같은 바로 그 인물은 아니란 사실을. 그리고 그들은 비로소 잠깐의 열정을 벗고 다시금 냉정을 입는다.

 

그리고 아오이는 떠난다. 그런 아오이를 쥰세이는 잡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아오이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과거와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바로 현재를 만들어야 함을. 그래서 그는 아오이를 잡기 위해 밀라노행 특급 열차에 오른다.

  

◇◆◇

 

열린 결말이다. 그들이 그 후 어떻게 되었을지는 독자의 몫으로 돌렸다. 내 개인적인 상상 속에서는, 그들은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고 싶다.

쥰세이와 아오이는 과거에 사로잡힌 인물이었지만, 그로 인해 현재에서 과거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과거의 시간을 소중히 갈고 닦아 현재로, 미래로 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니까. 그래서, 내 상상 속의 그들은 웃는다. 과거가 생생히 살아 숨쉬는, 피렌체의 거리에서.


  

"피렌체의 두오모에, 너랑 오르고 싶어. 그때 나는 평소에 없는 용기를 끌어 모아 말했다.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사랑의 고백이었으므로. 피렌체의 두오모에는 꼭 이 사람과 같이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좋아, 십 년 뒤 오월..... 내내, 쥰세이와 함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 [책] 잡동사니 - 에쿠니 가오리

[○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