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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거꾸로 된 파테마 – 뒤집힌 두 세계의 만남, 그리고 공존

스위벨 2014. 5. 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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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거꾸로 된 파테마 (Patema Inverted)

: 뒤집힌 두 세계의 만남, 그리고 공존

 

/ 요시우라 야스히로 감독

/ 후지이 유키요, 오카모토 노부히고 목소리 출연

 

 

    줄거리    

 

지하 세계에 사는 소녀 파테마. 그녀는 호기심이 많은 탓에 '금지 구역'을 혼자 드나들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서 거꾸로 매달린 '박쥐 인간'의 공격을 받게 된 파테마는, 금지구역의 거대한 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 끝에서, 소년 '에이지'를 만난다. 그런데 그가 사는 세상 '아이가'는, 그녀와는 모두 반대로 되어 있다. 파테마가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이, 소년 에이지에게는 두둥실 날아야만 도달할 수 있는 하늘이다. 에이지는 파테마가 떨어지는(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의 손을 잡고 작은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파테마는 천장을 바닥 삼아 붙어 있고, 에이지는 바닥에 서 있다.

 

 

알 수 없는 세계를 만난 둘은 잠시 혼란에 빠지지만, 에이지는 파테마를 가족에게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에이지가 사는 세상, '아이가'를 통제하는 독재자 '이자무라'는 파테마의 존재를 알아채고, 그녀를 잡으려 한다. 둘은 도망치려 애쓰지만 결국 잡히게 되고, 파테마는 관리 탑의 꼭대기로 끌려간다.

 

 

'지하세계'와 '아이가'

 

애니메이션 속에는 크게 두 가지 세계로 나뉘어 진다. 파테마가 사는 지하세계와, 에이지가 사는 지상세계인 '아이가'. 그런데 그 두 세계는 그 중력의 방향 만큼이나, 세계의 생김새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확연히 다르다.

 

 

파테마가 사는 지하 세계는 굉장히 삭막하다. 폐허나 다름 없는 수 많은 건물들이 온통 즐비하게 이어져 있고, 그 건물들 자체가 모여 지하세계를 이룬다. 어둡고 좁은 통로를 따라 움직이며, 생활하는 방도 별다르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쾌활하고 상냥하다. 서로를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아이들도 재잘거린다.

 

 

에이지가 사는 '아이가'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 닮았다. 푸른 초원이 있고, 높은 하늘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이가의 학생들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본다.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공산품처럼, 학교로 향하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면 그대로 학교까지 도착이다. 어느 누구도 고개를 돌려 넓은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권력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거꾸로 만난 소년, 소녀

 

 

처음 에이지를 만난 파테마는 놀란 마음에 에이지에게 마구 쏘아댄다. 왜 모든 것이 거꾸로냐고, 네 정체는 무엇이냐고. 그 말에 에이지는 답한다. 거꾸로 된 것은 바로 너라고. 처음만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상대방이 거꾸로 되어 있다고 여긴다.

 

에이지는 파테마를 돕기는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직접 파테마의 지하세계에 가게 되고, 거기서 이번에는 자기가 거꾸로인 상태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높은 관리탑의 꼭대기에서, 파테마가 그 동안 아이가에서 쭉 가지고 있었을, '떨어지는 공포'에 대해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파테마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 후에 에이지는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위협 당하는 순간에도 파테마를 잡은 두 손을 놓지 않는다. 자신이 손을 놓으면, 파테마는 곧장 하늘로 떨어지고 말 테니까.

 

 

다름, 그리고 공존

 

영화는 중력의 방향이 정반대인 두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악인 이자무라에 맞서 서로를 지키려는 싸움,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가 내내 중요하게 그리고 있는 건, 서로 다른 방향에 선 에이지와 파테마의 시각이다. 그를 통해 영화는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공존할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이자무라'가 악인인 이유는, 다른 것을 '죄악'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철저하게 구획된 세상에서, 모두 한 방향을 보도록 억압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그들 사회에서 다름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파테마와 에이지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하늘로 끌려 올라가지도 않는 균형의 공존을.

 

 

◇◆◇

 

단순하게만 그려진 악인 캐릭터,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몇 가지 설정, 그리고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은 것만 같아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이 덮어질 만큼, 영화 속 화면은 내내 신선한 경험을 선물한다. 너무나 당연했던 세계가 뒤집어 지는 경험, 그 속에서 발생하는 당혹감과 혼란. 그리고 내가 하늘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딘가의 바닥이 되고, 내가 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세계의 불빛이 되는, 다양한 진실이 존재하는 다양한 세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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