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스위벨 2014. 2. 12. 15:31
반응형

[추리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Schneewittchen muss sterben)

/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감옥에서 10년 간의 복역을 마친 청년 '토비아스'는, 부모님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그는 비참하기만 하다. 부모님은 마을의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하였고, 운영하던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다. 토비아스의 재판 비용과 사업 실패를 겪으며,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토지는 모두 마을의 자산가에게로 넘어갔다.

 

죄값을 치르고 돌아온 토비아스를 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그리고 차가운 데서 그치지 않고, 그를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혼 후 다른 곳에서 살던 토비아스의 어머니는 누군가 난간 위에서 밀어 목숨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고, 토비아스 또한 폭행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에게 힘이 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인 '나디야'와 그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소녀 '아멜리'뿐이다.

 

그가 감옥에 간 것은 고등학교 시절, 동급생이었던 로라와 스테파니를 살해했다는 죄목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토비아스는 끝내 그들의 시신을 어떻게 했는지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토비아스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었다. 술을 잔뜩 먹고 다음날 일어난 토비아스에게는 전날의 기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증거는 토비아스가 범인이라 가리켰고, 그는 결국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있어야 했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토비아스 자신도 알 수 없는 채, 다시금 아멜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치 11년 전 사건과 같다. 전날 술을 마신 토비아스가 기억이 없는 가운데 아멜리의 소지품이 그에게서 발견된다. 이번에도 증거는 토비아스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여형사 피아는, 무언가 숨겨진 진실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11년 전의 사건이 있음을 깨닫는다. 어서 빨리 사라진 아멜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1년 전 벌어진 사건의 진실도 함께 밝혀내야만 한다.

 

 

 

작은 섬에 갇힌 단단한 비밀

 

토비아스의 마을은 작고, 주민들은 모두 그 곳에 산 지 오래되었다. 개발 붐이 그곳만을 비껴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대를 이어가며 그 자리에 살고 있다. 그러한 마을은 왠지 옛 시간 안에 그대로 멈춘 듯 하며, 그 속에서 쌓아온 그들만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마치 고립된 작은 섬과 같은 모습이다.

섬에서는 숨겨진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신안 섬에서의 '노예' 문제처럼 말이다. 그들은 모두 다른 이들의 범행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그것을 발설하지 않는다. 비뚤어진 연대로 형성된 자신들만의 질서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설혹, 그 진실이 아주 끔찍하고 추악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과 숨겨진 진실 

 

마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온 토비아스를 보고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나 피해자를 위해서라기에는 그 악의가 지나치다. 그들은 토비아스의 존재가 불편했다. 자신들의 과거를 토비아스의 등장과 함께 다시금 되뇌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결국 드러난 진실은 더없이 추악하다.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그날의 사건과 얽혀 있다. 누군가는 내 아들을 위해, 누군가는 내 남편을 위해, 누군가는 겉잡을 수 없는 질투심에 의해, 토비아스를 살인범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가족을 피폐해진 삶 속으로 내몰았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꼭 토비아스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철저하게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그날의 진실을 덮어 줄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

 

소설 초반에 선하게 그려졌던 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모두 가면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오히려 거칠게 표현된 인물들이 더욱 진실하고 용기 있는 인물로 나타난다. 그건 아름답고 순수함의 대명사인 '백설공주'로 불렸던 소녀도 마찬가지다. 소설 초반에 그려진 사람들의 이미지는 그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완전히 전복되고, 그 안에서 외적으로 보이는 것과 내면에 감추어진 진실의 차이를 드러낸다.

 

 

많은 인물들이 서로 저마다의 이유로 사건 안에 얽혀 있으며, 범인은 한 명이 아니다. 직접적인 범인도 있고, 방관자들도 있다. 또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 여러 인물 군의 이야기를 엮여가느라, 소설은 다소 바쁘다. 초반에는 그 인물들 하나하나에 대한 산발적인 설명인지라 전개가 다소 느리게 흘러가서 책을 읽는 속도도 더뎠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후부터는, 하룻밤에 모두 읽어 내릴 정도로 다다닥 내달린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진실이 뒤바뀌어 드러나고, 그와 함께 진실이라 믿었던 것은 거짓이 된다. 거짓은 편리하고 진실은 불쾌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결국 드러나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