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낙원 –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4. 2. 5. 10:00
반응형

[추리소설] 낙원 – 미야베 미유키

 

 

르포라이터로 활동하는 '시게코'. 그녀는 잠시 일을 놓고, 조금은 기운이 없는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9년 전에 일어났던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다. 그 속에서 '르포라이터'로 자신의 일을 하던 그녀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려야 했다. 그리고 잔혹한 그 사건 자체가 그녀 자신에게도 끔찍한 흔적으로 남고 말았다.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전작 추리소설 [모방범]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년 여성이 시게코를 찾아온다. 그녀의 아들 '히토시'는 얼마 전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그에게 아무래도 예지능력이 있었던 모양이라는 것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녀가 시게코에게 내놓은 건 히토시의 스케치북이다. 그 그림 속에는 소년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그림도 있고, 한 소녀가 부모에게 살해되어 16년간 마루 밑에 묻혀 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사건은 실제로 드러났고, 소년이 가지고 있던 예지력은 아무래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16년 전 딸을 살해해 마루 밑에 묻었던 부모가 경찰에 자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자수한 부모에게는 무언가 다른 속사정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시게코는 자신이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봐 두렵다. 가족들도 그녀의 일을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진실을 찾는 과정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하나하나 사실을 밝혀 나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모방범, 그 후.

 

소설 [모방범]에서도 시게코는 르포라이터로 활동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사건의 엉뚱한 방향으로 휘몰렸고, 그녀의 글은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만큼 많은 질타도 받아야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건 이후 르포라이터로서의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지낸다. 그러다가 히토시의 어머니를 만나고, 그녀를 통해 시게코는 다시 한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다.

 

[낙원]에서 그리는 사건은 [모방범]과는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방범의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우선 시게코라는 인물이 그렇고, 그녀의 상처가 그렇고, 또한 예지력이 있는 소년 '히토시'가 보았다는 한 장면이 그렇다. 전작을 모르고 봐도 충분한 정도이지만, 모방범을 보고 보면 시게코의 입장과 갈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2013/11/30 - [책장 사이의 망상] - [추리소설]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마음을 보는 눈

 

시게코가 다시 한 번 사건에 뛰어든 건 '예지력을 가진 소년' 때문이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그림이 무언가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소년은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소년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제 3의 눈'을 가진 소년이었다.

 

지난 사건에서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시게코. 그래서 더욱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마음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본 진실을 자신도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시게코는 소년과 같은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그녀 자신의 노력으로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다. 그것은 사건에 휘말린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지만, 누구보다 그녀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낙원을 향한 욕망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확실히 그것을 손에 넣을 때가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반드시 자신의 낙원을 찾아낸다. 비록 그것이 아주 잠시일지라도.

피투성이가 되든, 고난을 짊어지게 되든 비밀에 의해 유지되는 위태로운 것이든, 짧고 덧없는 것이든, 설령 저주를 받는다 해도 그곳은 그것을 추구한 사람의 낙원이다. 뭔가를 지불한 대가로 낙원을 지상으로 가져올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낙원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간혹 끔찍한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누군가를 해치고, 무언가를 잘라내고, 추방함으로써 얻게 되는 낙원이다. 그리고 끔찍한 범죄자들도, 그 일순간은 자신의 '낙원'을 향한 열망에 휩싸여 그런 짓을 벌이고 말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낙원일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잠시의 열망과 욕구를 참지 못하고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그들에게 선악과는 아주 잠시일지라도 '낙원'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 대가로 영원히 낙원에서 쫓겨나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들이 추구한 것은 그토록 위태롭고, 위험하며, 깨지기 쉬운 찰나의 낙원이었다. 그리고 그 낙원에 대한 그릇된 욕망은 파멸을 동반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