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만화책

[어른을 위한 만화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마스다 미리

스위벨 2016. 10. 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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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만화,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마스다 미리 지음

 


'이럴 리가 없어'도 아니고, 

'이 정도면 됐지'도 아닌 나의 인생. 

나에게 인생의 의미란 뭘까?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여자 공감 만화'로 잘 알려진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이다. 마스다 미리의 책에서는 주로 '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그렸었는데, 이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의 주인공은 '남자'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의 주인공은, 서점에서 일하는 10년차 직원 쓰치다. 상냥하고, 예의 바른 인물이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지만, 늘 성실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내세웠던 작가 '마스다 미리'답게, 이번 남자 주인공도 그런 인물이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이기에, 그 동안 보여주었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명확히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작가가 기본적으로 애정을 가진 '인간상'에 부합하는 남성 캐릭터인 것이다.


소박한 서점 직원 '쓰치다'. 특별히 세상이 알아주는 잘난 직업은 아니고, 항상 미래가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직업에 책임감을 갖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남자. 그런 남자의 '인생'에 대한 고민과 일상이 이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서 그려진다.

 

그런데, 평소 마스다 미리의 책을 즐겨 읽어왔던 독자라면 더 반가울 사실이 있다. 첫 번째는 이 책의 주인공 '쓰치다'가 이미 다른 책을 통해 등장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수짱의 연애'에라는 작가의 전작에서, 쓰치다는 책의 주인공인 '수짱'의 '썸남'으로 일찍이 등장했던 바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수짱의 연애' 속에서 그려졌던 그 상황이 살짝 맞물려 그려진다. '수짱의 연애'에서 '수짱'이라는 인물을 통해 쓰치다를 보았다면, 이 책에서는 '쓰치다'의 시각으로 '수짱'이라는 인물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속에 이 책의 작가 '마스다 미리' 자신이 또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서점 직원 쓰치다와, 작가 '마스다 미리'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둘은 아주 잠시나마 생각을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동안 마스다 미리의 책을 즐겨봐 왔던 나에게는, 이런 소소한 장면도 하나의 색다른 재밋거리가 되어 주었다.


 

이 책에서 쓰치다가 자신의 삶에 대해 하는 주요 고민은 바로 이것이다.

 

'이럴 리가 없어'도 아니고, '이 정도면 됐지'도 아닌 나의 인생. 

"나에게 인생의 의미란 뭘까?"

 

이 문장을 읽고 참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럴 리가 없어도 아니고, 이 정도면 됐지도 아닌 나의 인생'이라니! 어쩌면 이리도 보통 사람들의,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한 문장으로 딱 꼬집어 나타냈을까 싶다. 


아마 이런저런 각자의 고민 밑에 '평범'을 가장하고 사는 우리 대부분의, 지금 현재 내 삶에 대한 감상이 딱 이렇지 않을까. '이럴 리가 없어'라고 생각 할 정도로 엉망진창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또 '이 정도면 됐지'하고 현실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내 생활, 내 현재, 내 인생.


결국 쓰치다의 고민은 ''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하루하루의 참 별 볼일 없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일하고, 손님을 대하고, 밥 먹고, 소개팅도 하고… 특별 날 것 없는 그 시간들 속에서 소소하게 말이다.


"7년 동안, 매일매일 이 방 한 칸 짜리 집으로 돌아오는... 

내일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내 인생의 의미는 뭘까."

 

내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은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쉽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최선을 다해 고민한다는 점! 이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도 역시 그렇다.


 

주인공 쓰치다는 어쩌면 평생 답을 내릴 수 없는 삶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또 이렇게 소소하게 하루를 마무리 한다. 시원하게 맥주 한 캔 들이키며, "내 인생의 의미는 뭘까, 하고 생각하는 밤도 있다, 라는 거지~"라고, 들어주는 이 없는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도 역시 '공감'이 제일 큰 무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공감은 곧 '위로'가 된다. 비록 명쾌한 답은 없을지언정, '그 마음 나도 알아!' 하는 친구의 끄덕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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