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만화책] 수짱의 연애
/ 마스다 미리 지음
37살의 미혼 여성, 수짱. 그녀는 5달 전부터 어린이집의 조리사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린이 집에서 일을 시작한 수짱은, 여러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골고루 잘 먹는 아이, 편식하는 아이, 급식을 아예 먹지 않는 아이 등등, 참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한다.
수짱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일하는 '조리사'에서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야채를 어떻게 하면 잘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급식에 재미있게 다가서도록 하기 위해서 그림책 속 이야기를 음식으로 재현해 내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설레는 기운이 다가온다. 예전에 카페에서 일할 때 손님이었던 '쓰치다'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서점 직원이었고, 수짱은 재미있는 급식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그에게 그림책을 골라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와 그런 만남을 이어가면서 살짝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하지만 쓰치다에게 애인이 있었고, 그를 알게 된 수짱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는,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쓰치다씨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애인이 있다니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것은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고. 쓰치다도 수짱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상태였지만, 단호한 수짱의 태도에 뭐라 더 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수짱은 급격하게 후회도 한다. 너무 성급히 단칼에 자른 건 아닐까 하고.
어린이집에서 수짱은 여러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에게도 각자의 이유가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건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는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는 삶을 살고, 누군가는 혼자 꾸려나가는 삶을 살고.
이처럼 수짱은 매일매일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후회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37살인 지금도 여전히,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어른을 위한 만화책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 <아무래도 싫은 사람> 등의 책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이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여자들에게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감'이다. 이 책 속의 수짱 또한 마찬가지다. 37살 그녀는 마치 나 같고, 내 친구 같다. 예쁘지 않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그림이 그 느낌을 더한다.
TV드라마에서 미혼녀들의 삶을 다루면, 흔히 등장하는 게 골드미스다. 빵빵한 직업, 전문직, 빼어난 외모, 그럼에도 어쩐지 결혼 못한 그녀들. 그런 드라마는 보는 재미는 있지만, 격한 공감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그녀들의 조건은 항상 월등히 우월하니까.
그런데 수짱은 딱 나 같다. 그럴 듯하고 탄탄한 직업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인 사람이다. 그리고 여전히 연애에 서툴고, 두렵기도 하다. 매일매일의 일 속에서 자기만의 고민도 하고, 방금 친구에게 한 유치한 자기의 행동을 반성도 하고, 미래가 여전히 걱정도 된다.
수짱이란 캐릭터가 참 좋다. 자기 일을 성실히 해내는 것, 때로 유치한 자격지심을 부릴 때도 있지만 그걸 바로 후회할 줄도 아는 것, 대신 지켜야 할 것들은 다소 요령 없이 지키는 것, 여전히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하는 것… 그녀를 보며, 나도 그런 소소한 좋은 것들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 보면 수짱의 망설임에 나도 덩달아 머뭇거려지고, 답 문자를 기다리는 수짱의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고, 엄마가 되지 않는 삶을 생각하는 수짱의 갈등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수짱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게 나인걸, 하고 생각하는 내가 우습지만, 어이가 없지만, 나 답다고 할까. 뭐, 왠지 이해가 간다.
좋은 점에만 그 사람다움이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점도 있는 내 모든 것이 '나'이기 때문에."
'○ 책장 사이의 망상 > 문학, 소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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