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만화] 내 누나
: 통할 듯 말 듯 신입사원 남동생과 경력자 누나의 남녀 대탐구
/ 마스다 미리 지음
웃기다! 재미있다! 이제까지 마스다 미리의 책을 꽤 여려 권 읽었지만, 이렇게 소리 내 웃어본 건 처음이다. 대부분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오는 정도였는데, 이 책은 혼자서 큭큭거리며 읽었다. 아, 이 언니, 매력 있다!
그 재미의 원천은 주인공이 '여자'가 아닌 '누나'라는 데 있다. 보통 사람들이 보는 '여자'라는 존재와 남동생이 보는 '누나'는 확연히 다르기 마련이다. 엄마가 마치 제 3의 성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여기 나타난 누나는 '여자' 이기 전에, '여자 사람'의 맨 얼굴을 하고 있다. 안 씻은 얼굴도 서로 보고, 하나의 화장실을 같이 쓰고, 게걸스레 먹는 모습도 보여주는, 그런 생활인으로써의 맨 얼굴.
그리고 책에서는 누나를 경력직으로 설정하고 남동생을 사회초년생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설정은 비단 직업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나는 어느 정도 사회란 곳에 적응해 인간관계와 남자관계에서도 노련미가 느껴지는 왕언니 느낌, 동생은 사회와 이성에 관해 아직 잘 모르는 초짜의 느낌이다.
그런 남동생에게 '쯧쯧, 너 아직 영 모르는구나?' 하는, 이 누나의 당당하고도 느물거리고, 또한 개구지고 엉뚱하기도 한 얼굴이 왜 이리 웃기고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그 속에서 여자들에 대해 막연한 편견이나 판타지로 자리잡은 생각들을 산산이 깨준다.
"누나도 모성애 같은 건 있지 않아?"
"키우지도 않은 남자한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환상을 좇고 싶으면 오로라나 보고 오라지."
"누나, 내일 쓰레기 버리는 날인데 뭐 버릴 거 없어?"
"있어, 있어. 너무 열심히 살려는 마음."
"남자는 여자 손톱 같은 거 그다지 안 봐."
"뭐라고? 네일 아트를 하고 나면 어깨가 엄청 결리는 거 알아? 기분 탓인지 허리도 아프고. 이렇게 피곤한 일, 자신을 위한 게 아니면 할 리가 없잖아.
"누나는 남자한테 버림받은 적 있어?"
"너 무슨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여자를 흔들 수는 있어도 버릴 수는 없어."
3~4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책 한 권을 스르륵 다 넘겨 보았다. 아주 경쾌하고 가볍게. 비록 나는 남동생이 없고, 또 어떻게든 생겨난다고 해도(?) 절대 이런 누나는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이런 누나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책, 만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 마스다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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