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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녹차의 맛 - 우주 한 편엔 이런 가족들도 살고 있다!

스위벨 2015. 6.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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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녹차의 맛 

(茶: The Taste Of Tea)


: 우주 한 편엔 이런 가족들도 살고 있다!



/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

/ 반노 마야, 사토 타카히로, 아사노 타다노부, 테즈카 사토미 출연

 



    줄거리, 내용    

 

푸르름이 가득한 시골 마을, 한 가족이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앞에 나타나는 거대한 또 하나의 자신 때문에 곤란한 여섯 살 소녀 사치코,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전학가서 상심한 것도 잠시, 또 다른 짝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오빠 하지메.

  

 

육아와 가사로 오래 전에 중단해야 했던 애니메이터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부엌 식탁에서 그림 그리기에 열심인 엄마. 프로 최면술사로, 가끔 가족들을 기분 좋은 최면 속으로 이끌고 가는 아버지. 그리고 가족 중 최고 연장자이자 최고 괴짜인 할아버지. 실연의 아픔을 지우기 위해 누나 집에 찾아와 지내는 아이들의 외삼촌 아야노.

평범한 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

 

녹차의 맛. 녹차가 무슨 맛일까? 지금껏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녹차를 마시며 살아왔지만, 사실 녹차의 맛을 설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달지도, 짜지도, 시지도 않은. 하지만 무(無)는 분명 아닌 녹차만의 맛.

  

 

혀끝에 와 닿는 진한 맛은 아니지만, 입안에 감도는 은은한 향이 있다. 그리고 덖고 건조하는 방식에 따라, 차를 우리는 법에 따라, 그리고 찻잎의 종류에 따라, 그 밖에도 소소한 수 많은 조건에 따라 씁쓸한 맛이 강하기도 하고, 구수한 향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말하는 녹차의 맛이란, 곧 삶의 맛이 아닌가 싶다. 무언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쉽진 않지만, 화려하거나 분명하진 않아도 약간의 떫은 맛 뒤에 느껴지는 깊고 향기로운 순간들.

  

 

영화 속 가족 각자에게는 저마다의 고민이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이란 일순 황당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니, 영화 속에서 그렇게 표현하고 있기에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첫사랑을 떠나 보내는 소년의 머리를 관통하여 기차가 지나가고, 여섯살 소녀의 옆에는 거대한 분신이 빤히 쳐다보고 있고, 늙은 할아버지는 녹음실에서 우스꽝스러운 노래와 춤을 추고, 그와 더불어 어처구니 없는 소년들과 삼촌의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저 피식피식 웃음이 새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잠시만 들여다 보면, 그들이 하는 고민은 그 나이에,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지닌 아주 평범하고 대표적인 고민들이 아닐 수 없다.

 

막내가 자꾸만 큰 자신이 나타나는 것에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자아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나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춘기 오빠는 그 나이 또래가 흔히 그렇듯 늘 짝사랑이다. 이사가는 짝사랑 소녀 때문에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충격을 받고도, 또 머지않아 다른 소녀를 짝사랑하게 된다.

  

 

엄마는 어떤가. 흔한 경력단절녀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삼촌 또한 젊은이들이 흔히 겪을 법한 사랑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왠지 허전해 보이는 순간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어딘지 이상한 할아버지는 그 모습들을 몰래 관찰한다. 그 모습은 물론 몹시도 수상쩍기 그지없지만, 달리 보면 나이든 어르신들이 조금 떨어져 가족의 삶을 지켜볼 줄 아는 그 모습 같기도 하다.

  

 

영화는 이렇듯 한 가족에 속해있는, 개인 한 명 한 명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그들의 고민이 그렇듯, 그들이 꾸려나가는 일상의 면면도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영화는 아주 독특하고 과장된 방식으로 그 평범함을 이야기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소소하고 평범하기만 한 그들의 일상은, 아주 독특하고 웃음기 넘치는 시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영화의 그 과장된 표현 방식은, 단지 일차원적인 웃음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독특한 표현 방식을 입고 색감과 맛이 풍부해진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삶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마치 녹차의 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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