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속의 망상/영화 보기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 송혜교, 강동원, 조성목 주연

스위벨 2014. 9. 7. 13:18
반응형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

 


/ 이재용 감독

/ 송혜교, 강동원, 조성목 주연

 

 


꽤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영화다. 제작 소식을 듣고, 주연 배우가 결정되고 하던 그 순간부터. 왜 이 영화를 그리 기다렸냐고 묻는다면, 내가 원작 소설에 가지고 있는 깊은 애정 때문이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원작이다. 영화는 그 줄거리를 충실히 따라갔다. 물론 영화의 특성상 소설의 상당히 많은 장면이 생략되었고, 또 일부 에피소드가 들어가기도 했다.


(기본 줄거리는 책과 동일하므로, 본 리뷰에서는 줄거리는 생략하려 한다. 줄거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상세 리뷰를 참고해 주시길.)


 

내가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조로증에 걸린 소년 아름이(조성목)가 구사하는 '말'과 '단어' 그리고 '글'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름이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에 대한 아름이의 재기 넘치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각매체인 영화가 글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러한 단어와 글에 대한 느낌이 많이 사라진 것은 당연하다. 영화가 아름이의 내면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글' 대신 '화면'으로 옮겨 오롯이 표현하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나보다.

 

하지만 주인공이 메일을 주고 받는 장면에서는 그래도 아름이의 두근대는 느낌을 '글'의 전달 속에 꽤 흡족하게 표현해 내었다.

그리고 영화에서 새롭게 더해낸 부분도 있었다. 조로증에 걸린 소년이기에, 한 번도 제 나이 소년처럼 살아보지 못한 아름이. 그가 '서하'라는 동갑내기 여자 아이의 편지를 받고, 제 나이 또래의 소년처럼,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나무들 사이를 거니는 장면이었다. 아름이의 내면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푸른 소년이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내가 영화에서 가장 많이 울컥했던 장면은, 아름이가 부모와 함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송혜교 강동원이 오열하는 장면도 아니었다.

내가 눈물을 참아야 했던 장면은 바로 아름이가 동네 할아버지 친구인 '짱가(백일섭)'와 함께 하는 장면들이었다. 속 깊은 아름이가 부모인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에게 차마 내밀지 못한 감정들을, 친구 앞에서 무덤덤하게 쓱 풀어놓는 장면이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더 아팠다.


 

영화는 단지 아픈 소년을 향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맑게 두근대는 가슴을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가장 늙은 아들을 두게 된 가장 어린 부모를 보여주며, 부모가 된다는 것의 그 묵직한 무게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만약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보았다면, 나는 이 영화에 약간 박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아쉬움을 부분부분 채워준 건, 바로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그 감정이었다. 영화의 부족한 틈새를 소설의 기억이 채워주었기에, 영화도 감동적으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소멸할 모든 것들에 대한 감탄

[소설]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여진구 주연 영화 원작 소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