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즈다 (Wadjda)
: 작은 소녀에게서 시작된 커다란 날갯짓
/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
/ 와드 모하메드, 림 압둘라, 압둘라만 알 고하니 출연
줄거리
10살 와즈다. 온몸을 감싸는 검은 아바야 속에도 청바지와 스니커즈를 입고, 팝송을 즐겨 듣는 자유분방한소녀다.
와즈다는 이웃집 남자 아이 압둘라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보고 부러워한다. 그런데 마침 동네의 가게에, 마음에 쏙 드는 초록 자전거가 들어온다. 와즈다는 엄마에게 졸라보지만,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며 반대한다. 여자가 자전거를 타게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나.
와즈다는 자전거 값을 모으기 위해 팔찌도 만들어 팔고, 몰래 남의 편지도 전달해준다. 그렇지만 아무리 모아봐도 자전거를 사기엔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코란 경전 퀴즈대회가 열리게 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우승 상금은 무려 1000리얄! 자전거를 사기에 충분한 돈이다. 와즈다는 그 동안 번 돈을 투자해 코란 퀴즈 게임을 사고, 코란을 공부하는 종교반에도 들어간다. 그리고 엄마에게 코란 암송도 배우는 등, 우승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는다.
영화 속에 담긴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실
작은 소녀가 자전거를 사기 위해 노력한다. 별다를 것 없는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인권 최하위국으로 일컬어진다. 여성은 얼굴과 몸을 온통 검은 천으로 가려야 하고, 여자의 목소리가 외간남자에게 들리는 것은 알몸을 보이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다.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도, 운전을 할 수도 없다. 10살 소녀가 성인 남성과 조혼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명예살인이 존재하는 나라.
그리고 10살 소녀 와즈다의 모습에도 그런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전거를 사겠다는 와즈다를 학교의 선생님은 악마를 바라보듯 하고, 또래 친구들마저 당연히 안 되는 걸 모르냐며 의아해 한다. 와즈다의 아빠는 엄마가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두 번째 부인을 맞아들이려 한다.
반기가 아닌, 조화로운 변화
와즈다 학교의 선생님들이라든지, 와즈다의 엄마와 같은 성인여성들도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왔고, 불합리한 상황을 자주 맞이한다. 그러나 그들 또한 와즈다를 사회의 시선과 똑같이 바라본다. 와즈다뿐만 아니라 변화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을 죄악시하고, 남성들의 사고방식을 도로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주입하려 한다. 그들에게 와즈다는 그들이 믿는 율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골칫거리이자, 학교 최대의 문제아다.
그런데 와즈다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다름 아닌 그들의 신성한 경전인 '코란'이다. 와즈다는 경전인 코란을 공부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꿈인 자전거를 얻으려고 애쓴다.
그건 결국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와즈다가 하려는 일은 율법이 반하는 일이 아니라고. 와즈다는 종교에 반기를 든 골칫거리가 아니라, 종교를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정당한 변화를 꾀하며 꿈을 이뤄가는 중인 거라고 말이다.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화를 꿈꾸는 소녀의 날갯짓
와즈다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당당하게 1등을 거머쥐었지만, 상금으로 자전거를 사겠다는 말에, 교장선생님은 분노하며 그 성금을 팔레스타인에 기부하는 것으로 결정 내린다. 그리고 와즈다의 아빠는 두 번째 부인을 맞아들이고, 와즈다의 엄마는 그 결혼식을 멀리서 눈물지으며 바라볼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위로하는 와즈다에게, 엄마는 초록 자전거를 내민다. 와즈다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했던 바로 그 자전거다. 그렇게 자전거를 반대하며 완강하던 엄마가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사준 것이다.
그 자전거 속에는, 엄마가 겪어야 했던 좌절에 대한 아픔과 함께 강한 바람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어쩔 수 없지만, 딸인 와즈다의 세상만은 달라지길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
그리고 영화에서는 그에 대한 강한 희망을 드러낸다. 바로 와즈다와 그의 친구인 '압둘라'다. 그는 와즈다에게 자신의 자전거를 몰래 타 볼 수 있게 해주고, 헬멧을 선물하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자신과 경주를 해서 꼭 이겨 보이겠다는 와즈다를 멋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와즈다와 결혼하고 싶다고까지 말하는 아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은, 그 두 아이가 자전거에 올라 환한 표정으로 달리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그 모습은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그 세상은 아마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변화에 대한 강한 희망.
◇◆◇
영화와 극장이 금지되어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감독이 만든 '최초'의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율법이 수정되며 여자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 화면 속의 망상 > 영화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 송혜교, 강동원, 조성목 주연 (0) | 2014.09.07 |
---|---|
[영화] 동경가족 –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의 자화상 (2) | 2014.08.06 |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 청소년, 그 위태로운 세상의 균열 (0) | 2014.06.28 |
[영화] 베스트 오퍼 - 삶에서 만난 최고의 명작, 그 가치 (0) | 2014.06.23 |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4) | 2014.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