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상처 6

기억의 무게

한동안 마음이 몹시도 부대꼈다. 목구멍에서 넘어가지 않는 질기고 끈끈한 무언가처럼, 그것은 내 숨을 탁탁 막아댔다. 소용돌이가 친다. 현재의 기억은, 과거를 줄줄이,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불러온다. 그리고는 마음을 한껏 휘저어 슬픔이 일렁이게 만들었다가, 머릿속을 돌고돌아 분노가 솟아오르게 했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건 이미 지나간 과거잖아." 하지만 나는 울부짖는다. "여전히 그 상처가 아픈 나에게는, 아직 현재야." 과거의 시간부터... 아물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계속 몇 번이고 상처가 나는 탓에, 내 상처는 점점 깊이 후벼파이고, 짓무르고, 더 넓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지금 살짝 할퀴고 간, 딱 그 만큼의 상처뿐인줄 안다. 그래서 내 눈물과 내 분노는... 그들에게는 우습도록 과하고,..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히로세 스즈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Our Little Sister)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카세 료 출연 아버지와 헤어진 날,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줄거리, 내용 조그만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사는 세 자매,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그녀들은 15년 전 외도로 인해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다. 하지만 새엄마 곁에 남겨질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가 마음에 걸린다. 중학생인 스즈의 엄마는 이미 죽고, 아버지는 또 다른 세 번째 부인과 살고 있었던 것. 첫째 사치는 스즈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스즈..

[소설]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책, 도서] 키친 : 위로가 필요한 당신,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다. 책 속에는 총 세 개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각각의 제목은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다. 그 중 '키친'과 '만월'은 동일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크게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각각의 단편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에게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점이다. '키친'의 미카게는 자신을 길러 준 할머니를, '만월'의 유이치는 아버지이자 (성전환 수술로 인해) 어머니였던 에리코를, '달빛 그림자'의 사츠키는 남자친구를 잃었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대부분 그렇듯, 그들의 아픔도 아주 잔잔하게 그..

[소설] 새의 선물 – 은희경 : 삶의 악의를 대하는 방어적 시선, 냉소

[도서, 책] 새의 선물: 삶의 악의를 대하는 방어적 시선, 냉소 / 은희경 지음 작가 '은희경'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냉소'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에게 붙은 그 대표적 수식어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은희경 작가의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12살 소녀, 진희의 시선 12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를 당당하게 외치는 12살 소녀 진희. 그녀는 그 나이 또래의 어린아이에게 걸맞지 않은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어른들이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것은 자신이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희는 이웃집 어른들이 감추고 있는 그들만의 내면을 곧잘 눈치채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만큼 순..

[괜찮아 사랑이야] 아픈 그들을 치유하는 건, 결국 사랑일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아픈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결국 사랑일까? /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공효진, 조인성, 성동일, 이광수 출연 드라마는 지극히 쿨하고 거침없는 화법과, 직설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거리낌 없이 '섹스'를 말하고, 몸을 말하고,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코믹하게 펼쳐 보였다. 하지만 이내 드러났다. 그들의 그 거칠고 세 보이는 행동이, 사실은 저마다가 안고 있는 상처를 감추기 위한 방패였다는 사실이 말이다.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공효진). 그녀는 시원시원한 자신감과 따뜻한 인간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여자다.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할 줄 알고, 재수 없는 남자에게 과한 한 방을 제대로 먹여 줄도 안다. 그러나 자신의..

[소설] 막다른 골목의 추억 – 요시모토 바나나

[책] 막다른 골목의 추억 – 상처를 감싸 안는 따사로운 시선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소설집이다. 책 속에는 단편소설 5편이 담겨 있다. 그 단편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유령의 집 / 엄마! / 따뜻하지 않아 / 도모 짱의 행복/ 막다른 골목의 추억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를 잃었거나, 무언가로부터 상처받았거나, 어떤 부분이 결핍된 상태에 놓여 있다. [유령의 집]의 주인공들은 아주 묘하고도 유쾌하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를 기대하거나 약속할 수 없다. 그들은 곧 이별해야 할 상황을 앞두고 있다. [엄마!]의 주인공은 어느 날 회사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난 후에,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회사에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식당의 음식에 다량의 감기약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