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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2

우리 집 TV는 묵언수행 중

엄마랑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엄마가 틀어놓은 드라마는 '천상의 약속'. 배우 이유리가 연기하는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오호라, 이런 것이 바로 방송사고겠거니, 했다. 방송 사고를 목격하다니, 흥미진진하군! 몇 초만 있으면 다시 소리가 나올 거라 기대하고 TV화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여전히 고요하다.뒤늦게 다른 채널로 돌려보니 모든 채널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TV를 껐다 켜고, 셋탑박스를 껐다 켜고, 아예 연결 선을 뺐다 꽂고... 내가 부산스레 별 시도를 다 해보는 와중에도, TV는 의연하게 묵언수행을 이어간다. 사용하고 있는 있는 인터넷 TV회사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말하고, 기사님의 방문 약속을 잡았..

갈팡질팡 신호등

신호등 늘 걸어다니던 횡단보도 앞에 서서 오늘따라 잠시 머뭇댄다. 이 길을 건너가야 하는 걸까, 가만히 서서 때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왔나 싶었는데, 빨간 덩달아 강렬하게 번쩍인다. 힘차게 걸어 가지도, 그렇다고 멈추어 서지도 못하고, 그저 제자리만 빙빙 돌고 있는… 요즘의 내 마음과 꼭 닮은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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