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책]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그 화에 슬픔은 있니? (마스다 미리)

스위벨 2016. 1. 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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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에세이]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마스다 미리 지음

 


잠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자신에게 질문한다.

"그 화에 슬픔은 있니?"

 


담백하고 소소한 에세이와 만화로 사랑받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이다. 마스다 미리는 그 동안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꽤 많은 수의 책을 펴냈다. 사랑, 결혼, 여행, 가족… 그런 그녀가 이번에 선택한 주제는 바로 ''다.

  

'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단어다. '화'에 관련된 책이며 방송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화'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표출될 때는 범죄 등의 사회문제가 되고, '화'가 억눌린 채 표출되지 못할 때는 개인의 인생을 좀먹게 된다. 그래서 '화'를 바르게 내는 것, '화'를 잘 다스리는 것, 그것이 중요해졌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화를 내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다는 말도 될 것이다.

  

 

책 속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화가 날 수 있는 참으로 여러 가지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동창회에서 미인이 아니라고 남자 동창들은 나를 찬밥 취급하고, 자기 말만 길게 늘어놓으며 사람 진을 빼놓는 담당자가 있고, 가게 종업원들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심지어 가족들마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이 짤막짤막한 글들과 4컷만화로 펼쳐진다.


[마스다 미리,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中]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 색은 여타의 책들과 명확히 다르다. 책은 화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가르치려거나 조언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꾸미지 않고, 거창하게 으스대지 않으면서, 단지 이야기를 한다. 마치 친한 친구가 "이런이런 상황이 있어서 엄청 화가나!"하고 토로하는 느낌이다.

 

친구와 함께 화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같이 막 열을 올리다가도 끝에는 결국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도 읽다 보면 "아, 정말 화가 나네!"하는 느낌만이 아니다. "풋, 그래, 이러면 진짜 화가 나지. 그래도 이건 정말 웃기잖아!" 하면서 슬그머니 웃게 된다. 작가의 유머와 어우러진 상황들, 하도 작아서 뭐라 말하기도 민망한 소소한 일에서 '울컥'하는 모습은, 우리의 들키기 싫은 속마음임과 동시에, 재미난 이야기 거리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그래,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웃고 넘겨도 되는 건데',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주 약간, 한 10g쯤 가벼운 마음으로 상황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는 온갖 화가 나는 상황에 대해 말하면서도 내내 유머러스하고 사뿐사뿐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책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마음에 아주 깊이 공감되면서 깊숙이 들어온 한 마디가 있다.

  

잠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자신에게 질문한다.

"그 화에 슬픔은 있니?"

 

우리는 매일매일 크고 작게 화를 낸다. 아주 작아서 잠시뿐인 화도 있고, 아주 속상해서 몇 날 며칠을 속앓이 하는 화도 있다. 친구한테 몇 마디 털어놓고 가뿐해지는 화가 있는가 하면, 너무 무거워 남에게마저 꺼내지 못하는 화가 있다.

 

그리고 책은 말한다. 그 속에 슬픔이 있지 않다면, 그래도 괜찮지 않느냐고.

 

머릿속으로 분노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면, 화가 하늘까지 닿을 듯한 꽈배기엿처럼 길어져서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것은 그나마 속 편한 화다. 화뿐인 화는 구원받을 수 있다.

가장 괴로운 화는 '슬픔'이 들어 있는 화다. 나는 잠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자신에게 언제나 질문한다.

"그 화에 슬픔은 있니?"

슬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게 대단한 화가 아니다.

 

그래, '슬픔'. 정말 책을 꼭 품고 싶을 만큼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었다. 그래, 슬픔이 없는 화라면 그것을 다행이라 여기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한 생각은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너무 깊게 마음에 굴을 파지 않도록 도와줄 것 같다.

 

그런데 걱정을 미리 한 무더기씩 사서하는 장기가 있는 나는 또다시 걱정이 밀려온다.


"그럼, 진한 슬픔이 포함되어 있는 화가 나를 짓누를 때, 그때는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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