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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푸른 수염 – 금기와 비밀을 둘러싼 잔혹동화 : 아멜리 노통브

스위벨 2014. 11. 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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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푸른 수염

: 금기와 비밀을 둘러싼 잔혹동화의 재해석!

 

/ 아멜리 노통브 지음

 

 

 

    줄거리    

 

사튀르닌은 파리 7구에 있는 화려한 저택의 세입자가 되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그 저택에는 사튀르닌 전에 이미 8명의 여자가 세를 들었고, 그리고 실종 되었다. 그러나 싼 값의 방이 절실했던 사튀르닌은 그러한 사실에 개의치 않고 그 집에 들어간다.

  

저택의 주인은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라는 남자다. 자신의 에스파냐 귀족 혈통에 지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남자로, 20년 째 저택에서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그는 사튀르닌에게 저택의 다른 모든 곳은 들어가도 괜찮지만, 암실만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여자들의 실종이 그 암실 출입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 사튀르닌은 암실도, 저택의 주인 돈 엘레미리오에게도 무심한 척하려 한다. 그러나 돈 엘레미리오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튀르닌은 그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그가 암실에 감추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책으로 유명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다. <푸른 수염>이란 제목에서도 명확히 알 수 있듯, 이는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동화 <푸른 수염>에서 푸른수염이 그의 아내에게 들어가지 말라 말한 방이 이 책에서는 곧 저택의 암실이다. 그리고 동화에서 푸른 수염이 직접 자신의 아내에게 그 방의 열쇠를 맡긴 것처럼, 이 책에서도 저택의 암실은 잠겨 있지 않고 언제나 열려있다. 그리고 저택의 주인 '돈 엘레미리오'는 그 사실을 사튀르닌에게 굳이 알려준다.

 

"이 방에는 들어가지 마시오. 단, 문은 잠겨 있지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금기를 말하면서, 그에 관한 선택권을 모두 상대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이는 상대에게 모든 결정의 권한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금기를 언제나 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의 제시임과 동시에, 은밀한 유혹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튀르닌은 이전 여자들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밟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녀는 실종된 여자들이 모두 살해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고, 그렇다면 그 이유는 암실 때문일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랬던 사튀르닌도 조금씩 마음이 변해간다. 바로 돈 엘레미리오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부터다. 그에게 마음이 가면서 사튀르닌은 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사고의 실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를 믿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객관적으로 나타난 사실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시선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사튀르닌은 앞서 실종된 8명의 여자들이 살해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그 집을 나갔을 것이라 믿는 상태가 되고 만다.

 

돈 엘레미리오는 수도 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결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것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침묵을 강요했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아무런 증거 없이 그를 중상했다. 그런데 그는 그런 비방을 당하면서도 화조차 내지 않았다. 따라서 사튀르닌은 자신이 사랑하게 된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 자기 예술에 심취한 남자, 엉뚱하기 짝이 없는 남자일지는 몰라도 살인자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안도감을 넘어 알 수 없는 기쁨이 그녀를 가득 채웠다

  

책은 상당부분이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이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세계에 너무 깊게 빠진 정신이상자의 궤변인 것처럼 느껴지는 돈 엘레미리오와, 그가 하는 말의 저의를 파악하고, 그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사튀르닌의 대화. 많은 비유와 상징을 담고 마치 핑퐁처럼 왔다갔다하는 그들의 대화를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속도감이 붙게 되고, 어느덧 책의 말미에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아멜리 노통브는 그녀의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듯, 강렬한 장면을 연출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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