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히가시노 게이고

스위벨 2014. 4. 2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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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줄거리    

 

'나카노'는 7년 전에 헤어졌던 연인인 '사야카'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나카노를 만난 사야카는 대뜸 그에게 이상한 부탁을 해온다.

지도 하나와 열쇠를 내밀면서 그 장소에 함께 가달라는 것이다. 그 지도와 열쇠는 사야카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그 집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미 결혼한 그녀였기에, 나카노는 남편과 함께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사야카는 힘들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야카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입학 시기 정도다. 그리고 사야카의 앨범에도 초등학교 이전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그 집과 자신의 사라진 어린 시절이 막연히 연관되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부녀가 된 옛 여인의 범상치 않은 부탁이라 처음에는 거절 했지만, 결국 사야카를 혼자 보낼 수 없었던 나카노는 그 이상한 여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의문의 외딴 집

 

지도 속 장소는, 찾기 힘든 샛길을 통해 다다르는 곳에 위치한, 한 채의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은 굉장히 이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2층의 저택, 그러나 현관문은 굳게 막아두었고, 마당의 별채에 연결된 지하 통로를 이용해서만 집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집에 들어선 나카노와 사야카는 그 집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마치 그 집에서 사람들만 사라진 것처럼, 누군가 쓰던 물건과 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시계는 11시 10분에서 멈추어 져 있다. 집을 살펴보던 사야카와 나카노는 초등학생 아이의 방에서 일기장 하나를 발견해 낸다. 그 일기장의 주인은 '유스케'라 불리는 소년이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등장인물 단 두 명,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간은 만 하루, 배경은 집 한 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된 요소의 전부다. 이렇듯 모든 것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소설은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이야기는 늘어지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꽉꽉 들어찬 느낌이다.

 

소설 속에 자극적이거나 무서운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내내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건 대부분 공간이 주는 '긴장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은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고, 공포심을 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 일상이 보존된 공간, 그 공간에서 사람만 빠져나가 버린 듯한 그 기묘한 모습은 오히려 긴장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 공간 속에서 사야카와 나카노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제 3의 인물인 '유스케'를 일기장으로 만나고, 그와 그 집의 이야기를 더듬어 가게 된다.

 

◇◆◇

 

누구에게나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곳에 누워 있을 게 분명한 자신의 사체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모른 척하는 것일 뿐.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이야기 중에는 어딘가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정도다.

책은 색다른 소재를 잘 다듬어냈다고 생각한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여타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그간의 소설이 주로 급박한 상황에 빠져 행동하는 종류가 많았다면, 이 소설은 차분하고 서늘하게, 그러면서도 켜켜이 잘 짜 올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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