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소녀 –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두 소녀 : 미나토 가나에

스위벨 2014. 4. 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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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소녀 – 미나토 가나에 지음

: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두 소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명의 여고생 소녀가 있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 구사노 아쓰코 : 검도 유망주로, 대회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대회에서 아쓰코는 부상을 입고 패했다. 부상은 크지 않았으나, 그 후 검도부 친구들의 야유와 따돌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아쓰코는 검도를 그만두고 명문 사립여고의 입학마저 포기했다.

 

* 사쿠라이 유키 :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젊은 시절 교사로 일했던 할머니는, 손녀인 유키를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으로 착각하더니, 이윽고 매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유키는 할머니에게 맞아 손등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 왼손에 악력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 좋아했던 검도도 관두어야 했다.

 

그런 두 사람의 사이는 요즘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그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요루의 외줄타기>라는 소설이었다. 그 소설은 그들의 담임선생님이 한 문학상에 응모해 수상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쓰코는 학교에서 복사해준 소설의 첫 장을 읽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이라는 걸 직감한다. 그리고 그 소설을 쓴 사람이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바로 유키라는 사실도.

소설의 첫머리만을 읽었기에 전체 내용은 알 수 없었으나, 그건 마치 자신이 검도대회에서 패한 사실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쓰코나 유키 모두 그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둘의 마음은 그렇게 멀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전학온 한 아이로부터 '자신의 친구가 죽은 모습을 직접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쓰코와 유키는 각자 '죽음'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들 안에는 누구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상처가 있다. 혹시 죽음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게 되면, 자신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때마침 시작된 여름방학에, 아쓰코는 노인요양센터, 유키는 소아과 병동에서 자원 봉사를 시작한다. 물론 서로에게는 말하지 않고서 말이다. 아쓰코와 유키는 각자 그곳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린다.

 

 

 

사춘기, 죽음에 대한 궁금증

 

사춘기, 생명의 정점이 시작되는 그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나이 때는 많은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고,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야릇한 동경을 갖게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열렬하게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싶어하던 소녀들은, 그 바람과는 반대로 누군가의 삶을 구하는 역할을 하고 만다. 정작 누군가의 죽음이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그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낸다. 그리고 그 사건의 끝에서 자신들의 생명과 삶을 더 진하게 느끼는 결과를 가져온다.

 

 

 

극단적인 인물의 성격

 

고등학생 두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녀들 안에는 정말 여러 가지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어느 면을 보면 정말 생각 깊은 아이인가 싶다가, 어느 면을 보면 참 살벌하다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문득 철이 없게 느껴지고, 또 어느 때는 아예 불량청소년처럼 위험하게 굴기도 한다.

 

물론 청소년 시기의 특징이 바로 그 종잡을 수 없음이고, 그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그런 캐릭터의 모습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특징을 그려내려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정도가 좀 과장되지 않았나 싶을 만큼 마구 혼재되어 있다. 더군다나 도무지 중간이란 것이 없이 극단적으로 마구 내달린다.

 

 

◇◆◇

 

<고백>, <망향>등을 쓴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다. <고백>을 발표하고 난 후 얼마 안 있어 발표한 작품이 바로 이 <소녀>로, 그녀의 초기 소설인 셈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니만큼, 당연히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독백체'의 형식으로 쓰였고, 그로 인해 두 소녀의 속마음에 아주 밀착되어 서술하고 있다.

이야기의 소재는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라, 살기위해 애쓰는 그 과정을 통해 두 소녀가 무언가를 느껴가는 과정도 괜찮았다.

 

다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소설은 마구잡이로 남발된 인위적인 우연을 통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한 가지 고리 속에 엮어 넣었다. 마치 강박이라도 가진 것처럼 말이다. 또 등장하는 인물들은(비단 주인공 소녀 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인물들 또한), 어딘가가 상당히 부풀려져서 과장되어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소설 전체에서는 작위적인 냄새가 풍겼고, 책을 읽는 내내 '단지 소설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 이야기'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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