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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 사이의 망상 268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서른 여섯,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이 '색채가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그가 가진 그런 생각의 시작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마음이 딱 맞는 친구 4명과 함께 5명이서 완벽한 그룹을 형성했었다. 한치의 틈도 없이, 각각이 꼭지점이 되어, 완벽한 5각형이 만들어져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그 친구들 4명의 이름에는 모두 색깔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그의 이름에 들어있는 색깔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아카(빨강), 아오(파랑), 시로(하양), 구로(검정). 다만 색채가 없는 쓰쿠루만이, 그저 '쓰쿠루'였다. 다자키는 자기 이름에 색채가 없는 걸, 참으로 안타깝게 여겼다. 친구..

[소설]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추리소설]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열일곱 살, 고등학생 딸이 살해당했다. 이름은 요리코. 그녀의 시신은 집 근처의 공원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자꾸만 그에게 무언가를 숨기려고만 한다. 아버지 '유지'는 딸을 위해 직접 범인을 찾기로 한다. 그러던 중, 딸이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는 요리코가 다니는 사립 명문 학교의 교사로 추측되고, 유지는 그의 뒤를 밟으며, 그가 범인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에게 딸의 임신 진단서를 들이밀어 자백을 받아낸 후 그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고자 약을 먹는다. 그리고 죽기 전,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의 수기로 남긴다. 가족 모두가 죽고 혼자 남겨질 사랑하는 부인, 우미에를 위해서. 하지만 그의 자살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약을..

[소설] 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소설] 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고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 줘야겠어." 소설은 한 부부의 대화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부인이 마음속으로 뱉은 대사,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줘야겠어' 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책의 시작부터 나는 당신을 죽이겠다, 라고 공공연히 선포하면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곧이어 남편은 시체로 발견된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방향이라 하면, 보통은 하나하나의 단서를 모아가며 과연 누가 범인인가 하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인데, 이 소설은 당당하게도, '나는 너를 죽일 거야' 라고 단언하고 있다. 내가 범인이라고 말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형사들은 점차 용의자를 좁혀 나간다. 형사들이 주..

[소설]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책] 밤의 피크닉 – 온다 리쿠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아침에 학교 정문을 출발해 다음날 아침에 학교로 돌아오는 만 하루간의 보행제. 남녀공학 고등학교인 북고에서 실시하는 특별한 행사다.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수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를 앞두고, 이 보행제가 개최된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을 걷고 또 걸어야 하는 힘든 시간이다. 그러나 친구들과 오롯이 함께 하는 시간으로,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전력을 다해 힘껏 뛰어야 하는 마라톤도 아니고, 천천히 일정 속도로 걷는다, 그것도 만 하루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 바로 그것이 보행제가 특별해질 수 있는 이유다. 천천히 걷는 동안에 머릿속으..

[소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와카타케 나나미

[추리소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와카타케 나나미 소설 속의 '와카타케 나나미'란 인물은 건설 회사의 사보 편찬 업무를 맡게 된다. 사보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매달 사내보에 단편 소설을 싣기로 하고, 그 일을 글을 쓰는 선배에게 의뢰한다. 일 년 간 한 달에 한 편씩 단편을 써 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을 부탁 받은 선배는 거절하면서, 대신 미스터리 풍의 글을 쓴다는 한 사람을 소개해 준다. 그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바탕이 되는 이야기에 자신의 해석이 덧붙여진 글을 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의아한 조건을 내건다. 사내보에는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담당자인 와카타케 나나미도 그의 존재를 알 수 없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그 조건을..

[소설] 왕복서간 - 미나토 가나에

[추리 소설] 왕복서간 – 미나토 가나에 [고백]으로 유명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다. 이 책 한 권은 단편 3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단편들은 모두 편지글(서간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누군가와 주고받는 편지 글의 모음, 그래서 제목도 '왕복서간'이다. 이 책에 실린 세 단편은 모두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편지를 주고받는 인물들에게는 과거 겪었던 한 가지 사건이 있다. 편지를 통해 인물들은 자신이 몰랐던, 혹은 감추어 두었던 사실들을 직면하게 된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회장이었던 '고이치'와 부회장 '시즈카' 의 결혼식. 모든 동아리 친구들이 모이지만, 단 한 명만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바로 과거에 '고이치'와 사귀었던 ..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책]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어떤 책들은, 다소 시간을 두고 늦게 읽히는 것들이 있다. 나의 경우, 그것은 재미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그 글이 주는 마음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무게가 그리 크지 않은 것들은 쑥쑥 읽혀나가며, 감상도 술술 잘 써진다. 반면에, 그 글이 담고 있는 의미가 나에게 묵직하게 다가올수록 책장은 더 천천히 넘어가게 되고, 그 후에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 전에도 많은 망설임을 주곤 한다. 그리고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다소 빠르고, 그래서 간혹 무언가를 빼먹는, 덜렁거리고 성급한 독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거의 일주일 정도를 잡고 있었다. 빨리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둘러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 이야기..

[소설] 레몬 –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소설] 레몬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 히가시노 게시고의 소설이다. 소설은 평범하게만 보였던 두 여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마리코의 이야기 조금씩 커가면서, 엄마가 날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조금씩 날 멀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일어난다. 집이 화재로 불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로 엄마가 목숨을 잃었다. 그 사고에 무언가 감추어진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도무지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숨기고 있는 부모님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후타바의 이야기 학교 때부터 하던 밴드 활동으로, 드디어 TV에 출연할 수 ..

[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 - 요시모토 바나나

[책] 안녕 시모키타자와 – 요시모토 바나나 갑작스럽게 아빠가 죽었다. 아빠의 죽음도 슬프지만, 남은 모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그 죽음의 모습이다. 아빠는 어느 인적 드문 숲 속에서 한 여자와 차에 동승한 채, 가스를 이용한 동반자살을 했다.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했던 '요시에'였다. 아빠를 존경했고, 그리고 아빠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떠나고 말았는지… 남은 요시에와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요시에는 도무지 그 집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집 앞의 레스토랑 '레 리앙'에 취직해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되고, 거리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요..

[소설]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책]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여름이다. 태양은 눈부시고, 파도는 쾌청하며, 여름의 밤에서는 은은한 열기가 느껴진다. 그 여름의 바닷가 마을에 19살의 마리아와 츠구미가 있다. 마리아는 한때 그 바닷가 마을에서 살았다. 엄마와 둘이 이모네 여관 일을 도우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모의 딸이 바로 츠구미다. 츠구미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열이 올랐다. 그래서 이모네 가족은 그런 츠구미를 받아주는 게 일상적이었고, 츠구미는 조금 특별한 성격의 아이로 자라난다. 마리아의 엄마는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해 마리아를 낳았다. 그러나 그것이 엄마나 마리아의 삶에 불행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마리아는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엄마와 바닷가 마을에서의 소소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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