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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 - 요시모토 바나나

스위벨 2014. 1. 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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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녕 시모키타자와 – 요시모토 바나나

 

 

갑작스럽게 아빠가 죽었다. 아빠의 죽음도 슬프지만, 남은 모녀를 더 힘들게 하는 건, 그 죽음의 모습이다. 아빠는 어느 인적 드문 숲 속에서 한 여자와 차에 동승한 채, 가스를 이용한 동반자살을 했다.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했던 '요시에'였다. 아빠를 존경했고, 그리고 아빠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떠나고 말았는지… 남은 요시에와 엄마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요시에는 도무지 그 집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를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집 앞의 레스토랑 '레 리앙'에 취직해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되고, 거리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요시에의 삶을 본 엄마도 그곳으로 이사를 온다. 그곳으로 이사온 엄마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르다. 약간은 딱딱한 옷차림으로 평생을 살았던 엄마는, 면 티를 가볍게 걸쳐 입고,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두 모녀는 그렇게 삶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시에가 활기차게 일하던 레스토랑이 문을 닫게 되고, 다시금 아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요시에에게 다가오려 하고 있다.

 

◇◆◇

 

아빠의 죽음이 남긴 충격은 꽤나 강하다. 더군다나, 평범한 죽음이 아니다. 더욱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건, 그렇게 삶을 뒤집어버린 그 일이, 나라는 사람의 의지는 하나도 상관 없이, 그저 일어나고 말았다는 데 있다. 모녀는 상처받았고, 커다란 상실감을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하던 자신들의 집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기도 했다. 그 장소에는 늘 '아빠'가 있었으니 말이다.

 

요시에가 상처를 추스르고 다시금 삶의 의지를 가진 건, '시모키타자와'라는 동네로 이사온 후였다. 그 동네에 와서 요시에는 길을 걷고, 저녁에 맥주를 한 잔 하고,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동네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이어간다. 그저 '일상'이다. 별다를 것 없는 삶의 모습. 그런데 그 과정이, 다른 그 무엇보다 요시에게는 중요한 시간인 것이다.

 

 

아빠의 죽음은 일상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그런데 시모키타자와에서 모녀는 다시 일상을 찾는다. 지극히 평범한 그 삶을 이어가며, 비로소 '살아있다'는 감정을 되찾는다. 상처받은 한 인간을 감싸 안아 주는 건, 특별한 힘이나 능력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일상, 그 곳에서 얻는 소소한 기쁨이 곧 치유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시모키타자와는 그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하루하루 애쓰는 삶의 과정 자체가 희망이며, 생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별한 것 없으나, 특별한 이야기이다. 일상의 행복이 깃든 거리, '시모키타자와'. 그곳은 멀리 있는 어느 장소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그 동네일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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