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여름이다. 태양은 눈부시고, 파도는 쾌청하며, 여름의 밤에서는 은은한 열기가 느껴진다. 그 여름의 바닷가 마을에 19살의 마리아와 츠구미가 있다.
마리아는 한때 그 바닷가 마을에서 살았다. 엄마와 둘이 이모네 여관 일을 도우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모의 딸이 바로 츠구미다. 츠구미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열이 올랐다. 그래서 이모네 가족은 그런 츠구미를 받아주는 게 일상적이었고, 츠구미는 조금 특별한 성격의 아이로 자라난다.
마리아의 엄마는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해 마리아를 낳았다. 그러나 그것이 엄마나 마리아의 삶에 불행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마리아는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엄마와 바닷가 마을에서의 소소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드디어 아빠가 부인과 이혼을 하고, 츠구미와 엄마를 데리고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렇게 바닷가를 떠나온 마리아는 19살의 여름방학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보내게 된다. 얼마 후면 이모네가 운영하던 여관을 정리하고, 그곳에서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듣고, 그 마을에서의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츠구미는 연약하지만, 아름답다. 여름 햇살 아래서의 그녀는 눈부시다. 자주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말을 내뱉고, 말을 함부로 하고, 자기 멋대로의 행동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마리아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는 쪽이다. 언제 이 삶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츠구미의 한쪽 곁에는 늘 죽음이 따라다니는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기분으로, 열에 들뜬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리아는 어렴풋이 그녀의 내면을 이해하고 있다.
그 여름, 츠구미는 한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다. 그 바닷가에 새로 큰 호텔을 짓는데, 그는 호텔의 아들로, 이름은 교이치다. 여관을 하는 츠구미네 집안을 생각하면, 얼핏 정적 관계일 수도 있을 텐데, 츠구미는 그런 생각 없이 그와 함께 눈부신 여름을 시작한다.
◇◆◇
삶의 정점에 있는 아름다운 청춘들의 이야기다. 마리아도, 츠구미도, 그리고 교이치도 모두 가장 눈부신 시절을 살고 있다. 거기다가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이다.
츠구미는 특별한 아이다. 열이 오른 순간은, 약간은 몽롱하고, 세상이 조금은 들떠 있는 기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기분으로 일상을 사는 츠구미에게 삶은 역시 좀 특이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현재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간다. 순간순간의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고, 하고 싶은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늘 죽음이 가까운 곳에 도사리고 있는 그녀는, 그렇게 불꽃처럼 타오르는 현재를 산다.
그 여름은 츠구미에게도, 마리아에게도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길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큰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여름이 특별한 이유는 뜨거운 햇살 가득 느껴지는 생동감과 열기에 들뜬 듯이 느껴지는 공기, 밤의 공기에 마치 무언가 섞여 든 듯한 설렘 등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여름의 기운은, 츠구미가 늘 안고 사는 '열'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리아가 도쿄로 돌아오고 나서 츠구미도 인생의 큰 변환점을 맞게 된다. 그리고 여름은 끝났고, 마리아와 츠구미는 조금 자라났다. 머지 않아 츠구미의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면, 그 여름은 그녀들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하나의 꿈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티티새는 주인공 '츠구미'를 뜻한다. 일본어로 츠구미는 티티새라고 한다. 티티새(지빠귀)에 대해 찾아 보니, 추운 곳에서 사는 겨울새라고 한다. 겨울을 살아야 하는 티티새가 바닷가에서 보내는 한 여름의 시간… 현실과 동떨어진, 그러나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조금 비현실적이지만 아름다웠던 그들의 여름은 지났고, 이제 가을이 올 차례다. 그에 따라 츠구미는 조금 더 현실에 발을 붙이고, 더 굳건하게 살아나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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