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 레몬 –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추리소설계의 대표작가, 히가시노 게시고의 소설이다. 소설은 평범하게만 보였던 두 여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마리코의 이야기
조금씩 커가면서, 엄마가 날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조금씩 날 멀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일어난다. 집이 화재로 불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로 엄마가 목숨을 잃었다.
그 사고에 무언가 감추어진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도무지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숨기고 있는 부모님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후타바의 이야기
학교 때부터 하던 밴드 활동으로, 드디어 TV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엄마는 무조건 반대다. 내가 TV에 출연하기라도 하면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이 말이다. 나는 엄마를 무릅쓰고 TV에 출연했다. 그리고, 정말로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엄마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그 사고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마치 엄마를 죽이려고 미리 노리고 있었던 것 같은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는 왠지 그 전날 엄마를 찾아왔던 남자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엄마의 사고 속에 담긴 진실을 찾아야 한다.
마리코와 후타바는 그렇게 각각이 가진 다른 이유 때문에 조사를 시작한다. 그들이 조사를 시작한 위치는 다르다. 그러나 그들의 조사는 한 점을 향한다. 그리고 그 중, 각각 마리코와 후타바라는 상대 존재를 깨닫고는 충격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과 한 치의 다름 없이 똑같이 생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리코와 후타바는 얼굴이나 몸매가 똑같이 닮았다. 심지어 레몬을 그냥 깨물어 먹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까지도.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일까? 쌍둥이라도 되는 걸까? 하지만 그들이 그 문제에 대해 진실을 채 알기도 전에, 다른 검은 손이 마리코와 후타바를 향해 뻗쳐온다. 마리코와 후타바가 얽힌 진실로 가는 길은 어둡고, 위험하다.
책의 원제는 [분신]이었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의 가장 큰 스포일러는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이 붙이는 책의 제목'이라는 소리가 있다. 이 원제도 그렇다. 클론 혹은 복제라는 소재가 이 소설에서 결국 알아내고자 하는 진실인데, 거기에 '분신'이라는 제목을 떡 하니 붙여놓다니 말이다. 국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레몬'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
책에서는 '복제'에 관한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놀란 건 이 책이 발표된 시기를 듣고서 였다. 이 책이 발표된 건 1992년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소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황우석 박사로 인해 복제가 크게 이슈화 된 것이 2005년이었다. 그보다 10여년 앞서 쓴 소설이다. 그 당시에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이 느꼈을 신선함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실제로 꽤나 이슈를 불러온 소설이었던 모양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러한 상황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건 자신의 출생 자체에 물음을 던지는 상황이기도 했다. 평범한 과정을 통해 존엄하게 태어난 생명이 아니라, 인위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이다. 그런 존재에게도 똑 같은 생명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사실 '복제'에 관한 연구는 세계 곳곳에서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한 윤리적 문제도 어김없이 동반되어 따라다닌다. 그에 대한 입장은 팽팽하다. 과학의 발전과 더 큰 인류의 행복을 위해 복제에 관한 연구가 더 폭넓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쪽과, 생명에 대한 존엄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쪽.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에 따른 논란은 아마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리코와 후타바. 그들은 20여년 자신의 인격을 가지고, 한 생명으로의 삶을 이어왔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들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비밀이 영원히 숨겨질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진실을 알아버린 그녀들 자신은 어떨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후타바'와 '마리코'라는 이야기의 시작에 두 인물을 먼저 내밀었다. 모든 사건이 펼쳐지기 전에 두 사람의 삶을 보여주었고, 그녀들이 한 명의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그녀들의 감정과, 슬픔과, 고뇌를 보여주었다. 그가 말하려는 바는 결국 '사람'이다. 과학이 '사람'을 위해 올바르게 쓰이는 것. 물론 그 '올바름'이란 기준에만도 수 만 가지의 질문과 논란이 함께 따라 붙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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