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여자, '야스코'가 있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전남편을 살해했다. 바로 자신의 작은 연립주택에서. 그리고 그 일에는 자신의 딸도 연루되어 있다.
살해당한 남자의 이름은 '도미가시'. 아스코가 딸을 데리고 재혼한 남자였으나, 파렴치한 그를 참지 못하고 이혼했다. 그러나 그는 '야스코'가 사는 곳을 알아내, 다시 돈을 갈취하고자 그녀의 집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를 견디지 못한 야스코는 그를 살해했다.
그때, 현관 앞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옆집에 살고 있는 수학교사 '이시가미'다. 수학천재라고 불리는, 조금은 음울한 분위기의 남자다.
그는 야스코가 벌인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붙잡을 곳 없었던 야스코는 그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두 여자에게 버거웠던 시체 처리는 '이시가미'가 도맡아 했다. 그리고 그는 야스코에게 아무 걱정 말고, 범행 다음 날 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그 뒤,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 남자의 시체는 훼손되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으나, 경찰은 곧 제보와 현장 검증을 통해 그가 '도미가시'임을 밝혀낸다. 그리고 제 1용의자로 떠오른 것은 바로 그의 전부인 '야스코'다. 그가 '야스코'의 사는 곳을 캐내고 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야스코'의 집을 찾아와 10일에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야스코는 10일에 영화관에 갔었다고 대답한다. 경찰은 영화관 티켓과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야스코와 딸이 그 시간에 분명히 영화관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경찰의 물음은, 야스코에게도 의문투성이이기만 하다. 그녀가 전남편을 살해한 건, 9일이다. 그런데 경찰은 9일에 대한 언급은 없이, 10일에 관한 알리바이만을 캐묻고 돌아간 것이다.
야스코에게 혐의는 있지만, 그녀에게는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다. 점점 의혹만을 더해가는 상황 속에서, 경찰은 '유가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몇몇 사건에서 경찰을 도와 과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 바 있는 천재 물리학 교수이다.
사건에 합류한 유가와 교수는 용의자의 옆집에 사는 수학자 '이시가미'를 만나고 그가 범행에 연루되었음을 직감한다. 유가와와 이시가미는 대학교 동창이었다. 유가와는 수학자 이시가미에 대해 알고 있었고, 곧 그가 야스코를 범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범인은 야스코가 분명하고,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위해 정교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낸 것이 틀림없다.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들어 낸 수학자 '이시가미'와, 그 어려운 문제를 풀려는 물리학자 '유가와 교수'. 두 사람의 숨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류승범, 이요원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만큼 영화화 하기에도 좋은 탄탄한 스토리와, 마지막 장까지도 느슨해지지 않는 긴장감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이란 제목이 내용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던지, 우리나라 영화로 제작될 때는 '용의자 X'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시가미'는 꽤나 독특한 인물이다. '수학'이라고 하는, 숫자와 계산에 매료되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수학이 가장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믿고 있으며, 논리적으로도 완벽하다 생각한다. 숫자에는 가치 판단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논리'와 '계산'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숫자에 대한 믿음은, '이시가미'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그의 태도는, 보통의 사고로는 창조해 낼 수 없는 단단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냈다. 그가 가진 '수학'에 대한 맹신은, 그렇게 어긋난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지닌 '논리'외에는 다른 가치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위험한 발상이다.
용의자 X가 만들어낸 철벽 같은 알리바이. 그리고 그 단단한 알리바이가 깨어질 때, 비로소 그의 헌신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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