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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코쿠리코 언덕에서 - 미야자키 고로

스위벨 2013. 12. 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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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코쿠리코 언덕에서

: 미야자키 고로 감독 / 지브리 스튜디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작품 '코쿠리코 언덕에서'이다.

 

여주인공은 마츠자키 우미, 고등학생이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외국에 있다. 두 동생과 함께 외할머니 댁에서 하숙을 치며 생활한다. 따라서 하숙생들의 밥도, 빨래도 고등학생인 그녀가 도맡아 한다.

 

우미의 아버지는 배를 타는 사람이었다. 우미는 바다에서 죽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바다에서 보이도록 깃발을 올린다. 바닷가에서 급하게 올라가는 언덕 위에 우뚝 솟은 2층 건물이 우미의 집이다.  그래서 그녀의 집 마당에 올린 깃발이 바닷가에서도 잘 보인다.

 

 

학교에서는 낡은 동아리 건물을 철거하려 하고, 슌은 그에 반대하는 의미로 2층에서 학교 웅덩이 비슷한 곳으로 뛰어내리는 세레머니를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우미와 친해진다. 그리고 그 감정은 풋풋한 첫사랑으로 발전해 간다.

그러나 우미의 집에 초대받아 슌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친아버지라 알고 있던 사람이, 바로 우미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그런 중에도, 슌을 포함한 학생들은 낡은 동아리 건물을 지키려 노력 한다. 정말 낡았으나, 학생들은 자신들의 유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슌이 우미와 얽힌 출생의 비밀 때문에 고민하는 그 사이에도 동아리 건물을 지키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우미의 제안대로 동아리 건물은 청소를 하고, 꽃단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사장님을 초청한다.

 

 

 

 

풋풋한 십대의 학교 생활과 출생의 비밀

 

이 애니메이션은 두 개의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바로 학교 안에서 동아리 건물 철거를 막기 위한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우미와 슌의 사랑과 둘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다.

 

첫 번째 사건은 참 신선한 패기가 느껴지는 고등학생의 감정 그대로인데, 두 번째 사건은 왠지 우리나라의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일본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는데, 혹시 미야자키 고로 감독도 한국 막장 드라마를 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애니를 혹평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건 뭔 막장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과 남매 드립이냐, 하는. 사실 이 애니는 애니대로 나름 재미가 있지만, 그 동안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과 비교하면 줄거리가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깊은 맛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사실 그 동안 하야오 감독은 애니메이션 계의 전설이었으니, 그를 차기 지브리의 감독들이 따라가는 건 아직 무리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후 일본의 모습과 불편한 시선 

 

이 드라마의 배경은 전쟁 후 일본이다. 1960년대. 그런 만큼 애니 속에서는 그 당시 옛 일본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점도 이 애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애니를 논할 때,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전쟁에 관한 문제다. 일본이 자신들의 과거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꾸민다는 점이다.

물론 이 시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배경은 일본이 일으킨 2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6.25 한국전쟁이다. 우미와 슌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중 물자보급선을 탔다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한국전쟁으로 덕을 본 나라다. 세계대전으로 패망한 일본이 그렇게 일찍 재건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한국전쟁'이 있었다. 자신들이 일으킨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자기네들이 덕을 본 한국전쟁만을 가지고 와서 우미와 슌을 그 전쟁 속에서 만들어진 선의의 피해자로 그리고 있다.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다.

그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속에서 학생들이 동아리 건물인 '카르티에 라탱'을 지키려는 내용을 통해, 일본은 자기들의 '전통과 과거'를 중요시하면서,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부르짖는 그 '전통과 과거'가 순수하게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OST다. 우리나라 판에서는 정엽이 가사를 한국어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빛나는 바다로 멀어지는 배는…" 으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그리고 우미가 식사 준비를 시작할 때, 경쾌하게 울리는 노래도 재미있었다.

이런 저런 논란은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예전 지브리 작품들처럼 큰 감동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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