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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마녀 배달부 키키 - 평범한 모두를 위한 특별한 마법

스위벨 2014. 1. 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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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

: 평범한 모두를 위한 특별한 마법

 

/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키키는 마녀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 태어났다. 그래서 마녀의 피를 물려받은, 마녀다. 마녀 세계에는 13세가 되면 홀로 수련을 떠나야 하는 규율이 있다. 낯선 마을에 정착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키키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살던 마을을 떠나 정착할 새로운 마을을 찾아 나선다. 흔들흔들, 아직 능숙하지 않은 빗자루를 타고 말이다.

 

 

작은 소녀 키키는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정착하고 싶어한다. 늘 같이 다니는 고양이 지지와 함께. 그리고 그런 마을을 하나 찾아낸다. 그러나 그 마을은 작은 마을이라기보다는 도시에 가깝다. 그런 곳을 처음 마주한 키키는 자기가 너무도 작게 느껴지면서 의기소침해 지기 시작한다. 예쁘고 화려한 마을의 여자 아이들에 반해, 수련 중에는 검은 옷만 입어야 하는 자기의 옷차림도 키키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들 중에 하나다.

 

 

키키는 그 마을에 살면서 배달 일을 시작한다. 마녀라면 다들 한 가지 특기는 있다고 하는데, 키키는 오로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능력밖에 없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건, 마녀에게는 별날 것도 없이, 모든 마녀들이 다 할 줄 아는 재주다. 하물며 키키는, 그 재주마저 능숙하지 않고, 약간은 아슬아슬한 솜씨다.

 

어느 날, 키키는 톰보라는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톰보는 키키가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하늘을 나는 능력'을 너무도 꿈꾸는 소년이다. 그토록 자기가 꿈꾸는 능력을 가진 키키와 친해지고 싶어 톰보는 키키 주변을 맴돈다. 그리고 하루는 톰보가 파티에 키키를 초대한다. 하지만 약속 날, 키키는 할머니를 도우려다가 배달이 늦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옷이 젖은 키키는 멀리 톰보가 기다리다 그냥 가는 것을 보고도, 잡지 않는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차마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를 맞은 키키는 감기로 며칠을 앓게 되고, 감기가 다 나은 후에도 어쩐 일인지 마녀로서의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고양이 지지가 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없다. 오직 하나 있던 자신의 능력까지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특별한 누군가의 평범한 소망

 

키키는 특별한 아이다. 무려, 마녀다.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러나 키키에게 그건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마녀라면 누구나 '그까이꺼 쯤'은 하는, 흔하디 흔한 능력이다. 키키의 엄마는 약을 만드는 능력이 있고, 수행길에서 만난 어느 마녀는 카드 점을 보는 능력이 있었다. 마녀이면서도 오로지 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키키는, 다른 마녀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다.

 

톰보는 한없이 평범한 아이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이, 비행기로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을 꾸는 소년이다. 그래서 자전거에 날개를 달아 연습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그래도 별로 성과는 없다.

 

 

톰보에게 키키의 능력은 말 그대로 꿈이다. 키키의 능력만 있다면 힘들게 동력 비행기 같은 건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다리 힘을 기르겠다면서 얼토당토 않은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톰보가 간절히 원하는 그 능력을, 키키는 마녀 엄마를 둔 덕분에 그저 물려 받았다.

 

키키는 평범한 여자 아이들이 부럽다. 톰보와 어울리는 여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쁘다. 자신은 수련 기간이라 검은 옷 밖에 입을 수 없는데, 그 아이들은 색색의 원피스를 입고, 예쁜 구두를 신고 거리를 친구와 함께 거닌다. 그런 아이들에 둘러 싸인 톰보를 볼 때마다, 키키는 괜한 자격지심에 더 멀리 물러서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평범한 우리들의 특별한 마법

 

누군가가 절실히 바라는 단 한 가지가, 누군가에게는 별 의식도 없이 너무 쉽게 주어진 어떤 것일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무언가보다, 다른 이가 가진 무언가에게 먼저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건 특별하다 여겨지는 어떤 이도, 평범하다 느껴지는 어떤 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것을 가진 누군가를 특별하다 여기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는 너무 익숙해서 우리에게 평범해져 버린다. 그래서 그 속에서 키키는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키키의 성장 스토리인 이 애니메이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그것인가 보다.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를 통해 한 뼘쯤 성장하는 것. 그리고 아마 그것에서부터 특별한 마법이 시작되는 것이리라.

 

톰보도, 키키도, 결국 각자의 시각에서 보면 특별한 누군가다. 부러운 누군가고 말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톰보의 꿈은 마녀의 능력이 아니라도 다른 방향으로 이룰 수 있다. 굳이 겉모습을 예쁘게 치장하지 않더라도, 키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내 모습에 자신감이 생기고, 비뚤어진 마음 없이 톰보의 선의와 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도, 특별한 마법이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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