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흔치 않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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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가던 마을로 향하던 중, 치히로의 가족은 길을 잘못 들게 되었다. 막다른 곳에 있는 이상한 터널로 들어가는 부모님을 따라, 치히로도 어쩔 수 없이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터널을 통과하자, 마치 망해버린 듯, 텅 빈 테마파크 같은 곳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곳을 배회하던 중, 아무도 없는 곳에 음식이 쌓인 공간이 나타난다. 그리고 치히로의 부모님은 아무도 없다는 핑계로, 허락도 받지 않고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돼지로 변한다.
너무 놀란 치히로는 도망가다가, 하쿠를 만나게 된다. 마녀 유바바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하쿠는 용의 모습으로 변해 하늘을 날기도 한다. 하쿠를 통해 치히로는 자기가 신들의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유바바의 온천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온천장의 주인, 마녀 유바바는 이름을 빼앗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지배하는 마녀다. 유바바는 치히로라는 이름을 빼앗고, 그녀에게 센이라는 새 이름을 준다.
이름의 의미
이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이름'이다. 온천장의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해 '이름'을 빼앗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처음 치히로를 유바바에게 보낸 하쿠는 치히로에게 말한다.
"치히로, 좋은 이름이야. 네 이름을 잊지 마."
이름은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를 인식하는 수단이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인식되지 않은 것이다'라는 이론이 사회인식론에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는 그 개념이 별로 필요가 없어 그저 단순히 뭉뚱그려 '눈'이라고만 부르는 반면, 에스키모에게는 그 눈을 구별해 부르는 말이 수십 가지가 있다. 그리고 핸드폰이 발명되지 않았을 때는 그 '핸드폰'이란 이름조차 필요 없던 것처럼 말이다.
이름을 빼앗는 것은 그 존재 자체, 자아를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 곧 자아를 빼앗긴 사람은 유바바가 시키는 데로 행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쿠가 과거의 자기 모습에 대한 기억을 잃고 유바바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치히로가 자기 이름을 기억하려는 건, 자기가 누구인지, 내 자아가 무엇인지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아름다운 신의 나라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커다란 기쁨 중 하나는, 잘 만들어진 신들의 세계다. 일본은 온갖 신이 있는 나라라고 말하곤 한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그런 그들의 '신'에 대한 개념이 잘 형상화 되어 있는 것 같다. 작은 설정들까지 구체적으로 잘 만들어 놓았다.
애니메이션의 그런 탄탄한 배경은 곧 영상의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다. 뛰어난 상상력을 배경으로 한 세계를, 아름다운 색채로 눈앞에 펼쳐 준다. 밤이 되자 불을 밝히는 신의 공간과 바다로 변해버린 신들의 세계.
위 이미지의 바다 장면이 내가 이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비가 내리자 온 세상이 바다로 변하고, 치히로는 온천장의 나무 테라스(?)같은 공간에서 발을 밖으로 내놓고 앉아 있다. 애니메이션 화면으로 보면 정말 꿈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설사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본다고 해도 너무너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독특한 캐릭터들과 아름다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DVD의 부분부분만 틀어 잠깐씩 본 것까지 따지자면, 족히 수십 번은 보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치히로가 낡은 베관통을 타고 내달려 오는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웃음을 터트리고, 바다로 변한 세계를 볼 때면 꿈에 젖어 든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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