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추천] 내가 사랑한 애니메이션 Best5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실사 영화가 주는 느낌과 애니메이션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점차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애니메이션이 그리워집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Best 5를 꼽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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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늑대 아이
짙은 여운이 꽤나 길게 이어집니다. 이건 아이들의 동심보다는 어른들의 굳어버린 마음 언저리를 포근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입니다.
늑대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종종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아이 남매와, 그 아이들을 홀로 키워내야 하는 인간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남과 다르기에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그를 바라보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이 보는 내내 가슴 한 켠을 찡하게 울립니다.
너무너무 귀여운 늑대 아이 유키와 아메의 모습,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운,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청초한 배경도 이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배가시켜줍니다.
2. 몬스터 주식회사
얼마 전에 몬스터 대학교가 나왔지만, 저에게는 역시 몬스터 주식회사네요. 애니메이션 주인공감으로는 영~ 일 것 같은 기괴한 몬스터들이 주인공이라서, 그 당시에는 꽤 신선했습니다. 웃음 담당인 동그란 마이크, 복실복실 푸근한 설리. 그리고 너무 깜찍한 인간 꼬마 부까지.
활기차게, 그리고 명랑하게 볼 수 있는 애니입니다. 누군가에게 공포를 줌으로써 획득하는 에너지보다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듦으로써 얻어지는 에너지가 훨씬 더 크다는 그 결말도 마음에 쏙 들었어요.
3. 업 Up
풍선을 타고 날아간다, 라는 그 동화적 상상부터 너무 알록달록하고 예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늙은 할아버지와 보이스카웃 소년이라는 범상치 않은 조합이에요. 그 둘의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들은 영화 초반 격한 웃음을 끌어내지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그들은, 머릿속에서만 그려보았을 멋진 상상의 세계를 풀어내 줍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모험을 끝내고 돌아옵니다. 자신들이 살던 현실 세계로요. 꿈이 끝나야 하는 시간인 거지요.
하지만 분명, 예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얻어진 삶에 대한 긍정의 모습은, 비단 애니 속 인물들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뭔가 다른 생각을 던져줄 테지요.
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만약 이 애니들 중에 단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한 3초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꼽게 될 거예요.
온갖 신이 사는 세상, 비가 오면 온 세상이 잔잔한 바다가 되고 마는 세계 속으로 한 소녀가 들어옵니다. '치히로'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는 돼지로 변한 엄마 아빠를 구하기 위해 마녀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 됩니다. 그리고 마녀의 수하로 일하는 '하쿠'를 만나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지요.
하쿠는 말합니다. "치히로. 좋은 이름이야. 네 이름을 잊지 마." 그리고 자신은 도통 자신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되돌아 갈 수 없노라는 말도 하지요.
그 이름을 잊지 말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두고두고 곱씹었었어요. 내 이름을 잊지 말라는 것, 내 자신이 누구인지, 내 자아를 잊지 말라는 것이겠지요.
5. 마녀배달부 키키
'이웃의 토토로'로 할지, '마녀배달부 키키'로 할지 꽤나 많은 고민을 했어요. (사실 둘 다 넣고 싶었으나, 지브리에 대한 격한 편애를 들킬까 하여. ^^;;) 그러다 결국은 키키를 넣기로 했어요.
바다를 접한 너무나 예쁜 마을, 그 속에서 홀로서기를 하는 14살 초보 마녀의 이야기입니다. 마녀, 이지만 키키가 할 줄 아는 건 딱 한 가지 '하늘을 나는 것'입니다. 마녀의 빗자루를 타고 말이에요. 그러나 사실 그건 마녀라면 누구나 다 할 줄 아는 것이지요. 마녀이지만 평범한 그녀가, 많은 고민과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더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습니다.
작은 소녀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예쁜 배경과 감미로운 음악의 하모니가 멋진 애니메이션이에요. 발표된 지 꽤 오래된 작품이라서 정겨운 느낌도 있습니다.
◇◆◇
종종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마 제가 애니메이션을 찾는 이유의 연장선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화면 속 영화가 끝났을 때,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야 하지요.
위에 꼽은 작품들은, 그 꿈이 끝나고 난 뒤에, 그 괴리감에 아프기 보다는, 내 현실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들이 아닌가 싶어요.
마음 어딘가 작게 굽어버린 동심을, 가끔 한번씩 들여다 보며 노곤노곤 풀어보세요. 아마 조금 더 고운 색채가 덧입혀진 삶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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