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이토록 유쾌하고 웃긴 미스터리라니!

스위벨 2016. 10. 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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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리, 미스터리]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박연선 지음

 

삼수생 백수, 팔순 할머니, 꽃미남 중학생.

기묘한 조합의 탐정 트리오,

15년 전 사건의 봉인을 풀다!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줄거리, 내용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표지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아홉모랑이 마을, 두왕리.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삼수생 강무순은 부모님의 계략에 의해 두왕리 할머니 집에 남게 된다!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던 강무순은, 6살 때 자신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지도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경산 유씨 종택에서 몰래 상자를 파내 집으로 가져온다. 하지만 상자에서 나온 것은 나무를 깎아 만든 목각인형, 글자가 지워진 배지, 그리고 빠진 젖니가 전부.


누군가가 정성껏 깎아 만든 듯한 나무 인형의 처리를 고심하던 강무순은, 다시 묻어 놓으려 유씨 종택을 찾는다. 그런데 그곳에서 딱 마주친 것은 유씨 가문의 종손, 일명 '꽃돌이'. 잘생긴 중학생 꽃돌이는 그 목각 인형에 관심을 보인다. 15년 전에 실종되었다는 누나 '유선희'의 물건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15년 전 어느 날, 두왕리 마을의 모든 어른들이 온천으로 관광을 떠난 사이, 마을에서 네 소녀가 사라졌다. 경산 유씨 종갓집 딸 유선희(16살), 삼거리 둘째 딸 황부영(16), 발랑 까진 여고생 유미숙(18), 목사님 막내딸 조예은(7) 모두 네 명이다. 하지만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심심한 백수 강무순과 사라진 누나에 대해 알고 싶은 '꽃돌이'는, 목각 인형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유선희의 '첫사랑'을 찾아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할머니 홍간난 여사까지 합류하며 사건은 뜻밖의 길로 들어서고 마는데…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이건 꼭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박연선, 내가 '내 인생의 드라마'를 꼽을 때, 분명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것이 분명한 드라마 '연애시대'를 집필한 작가. 그리고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청춘시대'의 작가.

이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드라마, 그 박연선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란다.

  

드라마 연애시대

[드라마 연애시대 – 손예진, 감우성 주연 / 박연선 극본]

 

그 동안 작가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보여준 감각적인 글과 표현은, 이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는 기분이었다.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굳이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눈은 계속 글자를 쫓고, 책장은 저절로 넘어간다. 그러한 매 문장마다, 매 순간마다 유머가 넘실댄다. 그리고 그 센스넘치는 유머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러나 희한하다. 분명 심각하고 중요한 부분에 나오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유머는 분명 웃음을 자아내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지해야 할 그 상황을 결코 가볍게 취급해버리지는 않는다. 푸하하, 정신 없이 웃는 가운데서도, 꼿꼿하게 올라와 분명하게 가리키는 것들이 있다.

 

"참 얄궃다, 공교롭다. 이토록 심술 맞은 운명이라니." 책 '어디선가 시체가'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모든 비밀이 풀리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내 웃음 넘치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달리, 입은 험하지만 마음만은 따스했던 홍간난 여사나, 어처구니 없지만 나름 정과 의리가 있던 백수 강무순의 캐릭터와는 달리, 결국 밝혀진 사건의 진실은 참 냉정하다.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어둬. 긍정의 마인드가 통하는 건 기저귀 떼기 전까지란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자칭 삼수생, 타칭 백수인 강무순이 책 시작 즈음에 했던 말처럼, 소설 어디선가 시체가의 결말에는 현실의 서늘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잔혹한 운명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주 공교로운 타이밍을 이용해 마치 하나인양 묶어 놓았고, 남은 가족들은 그 끈에 묶여 옴싹달싹 못하고 살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책 속의 인물들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리고 영원히 알지 못할 사실이 있다. 심지어 죽어가던 범인마저도 몰랐던 사실… 인물들이 무심코 했던 작은 행동 하나씩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의 큰 그림의 진실은, 오직 독자들만이 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참 무서우리만치 단호하고도 차갑기 그지없다.


 

그러나 모든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아홉모랑이 마을은 그냥저냥 또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남편의 장례식을 모두 마치고 호박잎 쌈을 입 속에 욱여 넣던 홍간난 여사처럼, 남은 사람들의 삶은 또 무심하게 이어진다. 어디선가 시체가 나왔던 그 여름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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