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서] 봄날의 바다
/ 김재희 지음
그 해 봄날,
제주 애월 앞바다의 쪽빛 비밀
■ 봄날의 바다 줄거리, 내용 ■
아빠를 잃게 된 어린 희영과 준수 남매는, 엄마를 따라 엄마의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어느 봄, 고등학생이던 동생 준수는 한 여자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다. 엄마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며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지만, 재판 전날, 준수는 구치소 안에서 스스로 자살하고 말았다.
그가 죽기 전 면회 온 누나 희영에게 남겼던 마지막 말은 "나 아니야. 누나도 나 못 믿어?"였다. 피해자와 용의자가 모두 죽으며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되었고, 그 후 희영과 엄마는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온다.
서울로 와서도 희영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살인자의 가족이란 사실을 알까 봐 가슴 졸이며 살아왔다. 진지한 연애를 할 수도 없었고, 누군가가 과거의 사건을 알게 되면 직장도 옮겨야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희영의 삶은 아랑곳없이 여전히 준수의 무죄를 밝히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었고, 1년 전 병으로 죽으면서까지도 희영에게 그 일만을 부탁했다.
그리고 엄마가 죽은 지 1년 후, 제주도에서 다시 한번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10년 전, 준수가 살인범으로 체포 되었던 그 사건과 똑같이 닮은 모습의 살인 사건이!
희영은 사건에 대해 조사하다가 우연히 인터넷 게시판에서 10년 전 동생 준수의 사건과 현재 사건의 연관성을 지적한 글을 발견한다. 그 글에서는 범인으로 의심 가는 누군가에 대한 힌트까지 남겨두었다. 그 글을 읽고 희영은 게시판에서 범인으로 추측한 그 사람과 사건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제주도로 향한다.
◇◆◇
10년 전, 동생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죄인처럼 움츠려 사는 '희영'이 주인공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가해자의 가족에게도 함께 가해자의 죄를 씌워서 생각하고 손가락질 한다. 그와 더불어 희영은 희영대로, 자신이 동생을 제대로 봐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
이처럼 소설 '봄날의 바다'는 주인공 희영을 앞세워 '가해자 가족'의 삶, 사건 후에도 남아서 삶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여러 인물을 통해 '가해자 가족', '피해자 가족'을 보여준다. 그리고 가해자 가족이 피해자 가족이 되고,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가 되는 상황의 역전도 그리고 있다.
또한 사건을 둘러싼 경찰, 마을사람, 프로파일러, 방송국 사람 등 여러 입장의 인물을 내세워 그들이 동일한 한 사건을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접근하는지도 관찰한다.
[김재희 작가의 소설]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김재희' 작가의 소설이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봄날의 바다'는 추리소설이지만 참 서정적이라고 느껴졌던 소설이다. 소설 '봄날의 바다'에서는 제주도의 풍경이 소설 곳곳에 녹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사건 그 자체보다 여러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그리는 책의 내용은 그런 섬세하고 서정적인 배경과 잘 어우러진다.
또한 우리나라 작가가 쓴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우리 정서와 우리 나라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터라 이야기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스포일러 주의!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봄의 바다'는 그 결말에 반전도 숨기고 있다. 하지만 나는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반전보다 과거 동생의 사건에 대해 희영이 찾은 진실이 더 놀라웠다. (사실 범인은 초반부터 너무 다른 이를 몰아가기에 그가 아닐 거란 생각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가 아니라면 범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도 할 수 있어서 예측이 충분히 가능했다. )
하지만 결국 10년 만에야 알게 된 남동생의 진실, 그리고 어머니의 진실은 '봄날의 바다'라는 따스한 제목과 달리, 주인공 희영에게는 다소 잔혹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모두 알게 된 희영은 아마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무리'를 짓지 못해 늘 끝난 게 아니었던 사건이, 비로소 끝을 맺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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