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리버스 - '네 남자친구는 살인자'라고 적힌 익명의 편지 (미나토 가나에)

스위벨 2016. 8. 3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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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추리소설] 리버스


/ 미나토 가나에 지음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나는 무죄일까요?

 

     리버스 줄거리, 내용     


소심하고 평범해서 늘 주눅들어 보이는 직장인 '후카세 가즈히사'. 대학 졸업 후 원했던 은행 입사에 줄줄이 실패하고, 현재는 작은 문구용품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내린 커피를 사람들이 맛있게 마셔줄 때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그 커피 덕분에 얼마 전 '미호코'라는 여자친구도 사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호코에게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그 편지에는 '후카세 가즈히사는 살인자다'라고 적혀 있었다. 미호코에게 추궁을 받게 된 후카세는 과거의 그 사건을 떠올린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3년 전, 후카세는 세미나를 함께 하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멤버는 총 5명이었다. 늘 자신감 넘치는 무라이, 교사가 꿈인 아사미, 모임의 대표격인 다니하라, 큰 체구에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히로사와,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후카세.

그런데 그 여행 중 빗길의 음주운전 사고로 가장 친한 친구인 '히로사와'가 사망하고 말았다. 사실 함께 동행한 3명의 친구들은 술을 마신 '히로사와'가 홀로 운전대를 잡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하지만 당시 후카세는 오히려 다른 친구들의 요구가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단지 소심한 성격에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뿐. 그래서 후카세는 자신이 무죄이며 '살인자'라고 비난 받을 일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을 모두 들은 미호코는 큰 충격을 받은 듯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 후, 후카세뿐만 아니라, 그날 여행에 함께 갔던 다른 3명의 친구들에게도 '살인자'라는 내용의 익명 편지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소설 리버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들 중, '고백' 이후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강렬함이 몰려왔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거의 다 읽었는데, '고백' 이후에 출간된 몇몇 작품은 상당히 불편하기도 했다. 소설 '고백'이 독자들에게 주었던 그 충격과 강렬함을 억지로라도 뛰어넘으려는 듯, 상당히 무리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날카롭게 들이밀기만 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 '리버스'는 다르다. 여전히 인간의 불편한 민낯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솜씨는 여전하지만, 우격다짐으로 들이미는 날카로움도, 단순하게 결말의 충격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내 자연스럽고 더 없이 완만하게 밟아나가다가, 마지막 단 한번에 쓸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허무해지는, 결말의 반전만이 남는 책은 또 아니다. 책 속에서 충실히 쌓아 올린 상황들도 나름대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한 인물의 진실됐던, 그러나 그 누구도 다 알지는 못했던 여러 면모에 대한 탐구, 그 과정은 죽음을 맞이한 친구 '히로사와'에 대한 탐구 과정이었지만, 주인공 '후카세' 자신에 대한 탐구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그런 과정으로 반전 없이 끝냈어도, 꽤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은 과감하게 상황을 역전시켜버리면서 전혀 다른 얼굴을 내민다. 이전의 상황도 충분히 의미를 두고 읽었지만, 반전된 상황은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그리고 그 한 장면으로 인해 책은 훨씬 강렬해진다. 리버스라는 소설 제목처럼, 갑자기 모든 것이 뒤엎어지면서 말이다.

 

그래서 소설 리버스는 냉정하다 못해 잔혹하다. 그 처절한 진짜 얼굴을, 마지막에 가서야 갑작스럽게 훅 내민다. 겨우 모든 것이 풀렸나 하는 안도감을 가지는 순간, 그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추락시킨다. 그 추락과 함께 갑자기 이전에 등장했던 책 속의 모든 상황이 아득해지면서 단 한 장면만이 또렷하게 각인된다.



하지만 소설 '리버스'가 좋았던 이유는, 그 충격과 배신감의 뒷맛이 비리고 쓰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 누구의 악의도 아닌, 공교롭게 꼬여서 아귀가 물려버린 그 지독한 우연을 무어라 해야 할까… '리버스'의 책장을 덮으며 '아, 뒤통수 한번 된통 맞았구나' 싶은데, 그게 또 그렇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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