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에세이] 하기 힘든 말
: 말이라는 거울 속에 비친 '나'
/ 마스다 미리 지음
말은 생각을 드러내고, 소통을 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말이란 게 참 뉘앙스도 다양하고 미묘한 차이를 지니고 있기에, 비슷한 뜻을 담은 말이라도 느낌이 참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사용하는 말 속에는 성별이나 성격, 가치관, 살아온 생활 습관 등이 담겨있기 마련이고, 나이나 지역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말'에 관한 에세이다. '여자 공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이다. 책 안에는 다음의 목차에 열거된 표현 별로, 2~3쪽에 이르는 짧은 글이 하나의 꼭지로 이루어 진다.
<목차>
오히야 / 결혼 안 하세요? / 손님 대접 / 팬츠 / 생각보다 / 정산 / S? M? / 차리 / 서프라이즈 / 마지막 한 점 / 시원시원하다 / 퍼올리다 / 카페 / 가정환경이 좋다, 가정환경이 나쁘다 / 그 옛날 좋았던 시절 / 개런티 / 덧셈, 뺄셈 / 건강이 유일한 장점입니다 / 데파토 / 남자친구 / 절친 / 아프다 / 나홀로 식사 / 아줌마 / 해피 / 세컨드하우스 / 고독사 / 레어? 미디엄? 웰던 / 세련되다 / 자신감을 가져 / 사무라이 /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몸 / 요즘 애들은 불쌍해 / 조부, 조모 / 쓸모없다 / 내려오다 / 남자답다 / 기운을 주다 / 바쁘다
그녀가 평소에 '하기 힘든 말', 즉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표현에 대한 글들이다. 마스다 미리의 글을 평소 호감있게 보는 터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유달리 더 재미있게 읽었다.
책 속에 담긴 표현들을 그녀가 '하기 힘든 말'이라 지칭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너무 젊은 트렌드인 것 같아 꺼려지는 것도, 편협한 사고방식을 내포하는 것 같아 쓰기 싫은 말도, 거창하게 부풀린 듯한 낯간지러운 표현 등… 다양한 이유로 쉽게 사용하기 힘든 말들에 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들을 듣고 있자면, '마스다 미리'의 '인간'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그녀는 이런 사람이겠구나…' 싶은, 나만의 막연한 느낌이긴 하지만, 한층 사사로운 개인의 성향을 들여다 본 것 같달까. 말이란 게 평소와 다르게 의도적으로 꾸며 쓸 수도 있지만,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쓰는 수많은 말속에는 은연중에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책 속에는 공감가는 내용도 많지만, 마스다 미리 '개인'이 하기 힘든 말에 대한 내용이라 보편적이지 않은 것들도 있다. 또 일본 작가의 책인지라 일본 특유의 표현들이 있기에 완전히 공감하기에는 다소 멀리 느껴지는 말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아, 일본에는 이런 표현이 있구나, 정도로 읽어나가도 충분하니 말이다.
'말'이라는 한 가지의 측면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없지만, '말'이 한 사람의 단면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기 힘든 말. 이 책을 읽으며 내용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나는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내가 하기 힘든 말은 무엇이 있을까, 혹은 배려 없이 막 사용하는 말이 있지는 않나.. 등등을 자연히 살펴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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