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서]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 아녜스 르디그 지음
별안간 들이닥친 삶의 불행을 받아들이고 버티는 방법!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
줄거리
스무 살의 슈퍼 계산원 줄리. 그녀는 슈퍼의 점장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지만, 제대로 항의를 할 수도 없다. 그녀에게는 뤼도빅(룰루)이란 세 살 난 아들이 있고, 빠듯한 생계라도 꾸려나가려면 직장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눈물을 가득 머금고 계산대에 서서 일을 하는 그녀에게 나이 지긋한 한 남자가 말을 걸어 온다.
그의 이름은 폴, 바로 얼마 전 30년간 같이 산 아내가 떠나버렸다. 폴은 줄리에게 연민을 느껴 호의를 베풀지만, 줄리는 폴의 의도를 계속해서 의심한다.
때마침 휴가를 앞둔 줄리에게 폴은 자신과 함께 바닷가로 떠나기를 제안한다. 폴과 그의 아들 제롬 역시 바닷가로 떠날 계획이 있다면서 말이다. 폴의 아들인 제롬은 아내가 자살한 사건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폴의 의도가 의심스러운 줄리는 주저하지만, 아들 뤼도빅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휴가 기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오해를 푼 제롬과 줄리, 그리고 폴. 그들은 서로의 아픔에 위로가 되고, 어린 루도빅은 그들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피어 오르게 해준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다시금 끔찍한 불행이 그들을 덮쳐온다.
◇◆◇
그들은 모두 다 결핍을 지니고 있다. 어딘가 한 부분이 텅 비어 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만났다. 웃음이 없는 폴과 제롬에게는 줄리와 뤼도빅이 생기를 나누어 준다. 돈이 없는 줄리에게 폴은 진심 어린 호의를 베푼다.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우며 그들은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그런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끝났나 싶은 순간, 가장 끔찍한 불행을 내던진다. '어디, 이래도 견뎌볼래?'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 음주운전자에 의해 자동차 사고가 났고, 어린 뤼도빅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리고 결국 죽는다.
줄리는 삶의 이유를 잃었고, 폴과 제롬도 괴로움과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엄마 줄리에게 누군가 건네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
이 말은 아랍의 속담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올 기적이란 없어 보인다. 아들을 잃은 엄마가 바라는 기적이란,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뿐일 테니까. 하지만 여전히 삶은 이어지고, 남은 자는 살아가야 한다. 느닷없이 눈물이 솟구치는 와중에도 배는 고프고, 돈은 벌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나를 향해 손 내미는 누군가의 따스한 마음이 있고, 자신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고, 그렇게 한발한발 내딛다 보면, 상처는 아물고 딱지가 않는다. 비록 선명한 흉터가 남을지라도 말이다.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톡톡 튀는 대화들이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들은 마치 트랜디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기발하고 통통 튀어 오르는 대화들을 주고 받는다. 그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절로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힘든 상황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책은 지나치게 동화 같기도 하다. 키다리아저씨 같은 폴, 어렵고 힘들어도 밝은 영혼을 가진 여주인공 줄리, 그리고 마지막에서 마치 사랑의 짝대기처럼 그들 모두에게 찾아온 각자의 사랑.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뭐, 괜찮지' 싶어졌다. 그래 결국 사랑밖에 해답이 없었으리라. '사랑과 사람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상처받은 우리를 치료하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좀 작위적이면 어떠랴. 행복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그들의 모습에, 나 또한 잠시 흐뭇했다.
포기하고 주저 앉고 싶은 순간, 나도 꼭 기억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이 일어나기 바로 2초 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잠시 후, 룰루가 물었다.
"왜 아저씨는 한 버도 안 웃어?"
"슬퍼서."
"왜 스퍼?"
"아저씨 부인이 죽었어."
"왜 주었어?"
"슬퍼서."
"그럼 아저씨도 주을 거야?"
"난…… 아니야, 절대!"
"그럼 안 주을 거면 왜 한 버도 안 웃어?"
이 말에 제롬이 아이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때로 삶은, 이토록 간단하다.
[소설] 미 비포 유 - 삶과 죽음, 그리고 당신. (조조 모예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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