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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6화 – 선물학 개론

스위벨 2013. 11. 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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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94] 6화 – 선물학 개론

 

 

"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으며, 엄마는 당연해졌다."

 

엄마는 갱년기 증상으로 우울해하는데, 하숙집의 아그들은 그런 엄마 마음도 모르고 엄마 마음에 상처를 내기 시작한다. 왜? 엄마가 당연해졌기 때문에.

 

 

엄마가 당연하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나정이의 이 나레이션에 나는 가슴이 갑자기 먹먹해졌다. 나 또한 그리했기에. 엄마가 주는 밥이, 엄마가 다려주는 옷이, 엄마가 청소해주는 내 방이, 그리고 그런 엄마가 당연해져서, 우리는 엄마에게 함부로 하게 된다.

 

 

그렇게 흠집 나고 상처 입은 엄마를 다독인 것은 바로 '선물'이었다. 그리고 '선물'에 담겨온 그 마음이었다.

엄마의 생일을 맞아, 하숙생들은 돈을 모아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엄마의 거울 앞에 붙여놓은 편지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갱년기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우울해진 엄마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치료제가 된다.

 

 

그리고 그토록 엄마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갱년기는 '임신'이라는 뜻밖의 선물로 바뀐다. (현재에 보여지는 쑥쑥이의 존재로 말미암아 비록 시청자 모두가 미리 눈치챘더라도.)

 

 

"선물의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를 새삼 다시 설레고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급기야 무뎌짐으로 퇴화돼 버린다면, 그 어떤 선물도 노력도 소용없다. 관계가 시들기 전에, 서로가 무뎌지기 전에 선물을 전해야 한다. 마음을 전해야 한다."

 

선물이 기쁜 이유는, 선물을 고르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평소 그에 대해 사소한 관심을 기울였던 사람일수록 상대에게 더 꼭 맞는 선물을 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센스가 없어 엄마와 나정이 둘 다 벙한 표정을 짓게 만든 메이크업 세트를 사 왔지만, 나정이 아쉬워하던 마쉬멜로우와 책을 책상 위에 떡 하니 올려놓을 줄 아는 쓰레기처럼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들과 주고받는 생일 선물이 선물계가 되어 버렸다. 서로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던 친구들은 어느 때부터 생일 당사자에게 일정 금액만큼의 선물을 직접 고르게 했고, 친구들은 그 URL을 메신저로 받아 결제하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그 선물은, 딱 그 돈만큼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친구들이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표를 더해서.

 

마음이 담긴 선물을 건네야겠다. 어느덧 당연해져 버린 엄마에게, 흐릿해진 고마움을 더욱 선명하게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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