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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5화 – 차마 하기 힘든 말

스위벨 2013. 11. 2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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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94] 5화 – 차마 하기 힘든 말

 

 

얼마나 배꼽 빠지게 웃었는지 모른다. 삼천포와 해태가 어정쩡한 표정으로 축구 결승전에서 운동장을 누비던 그때. 해태가 넋 나간 듯한 삼천포를 업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그때.

신토불이가 흐르면서 윤진이가 배일호의 팬들 사이에서 멍 한 표정으로 흔들리던 그때.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며 서태지의 춤을 고대로 따라 추던 그때.

 

흐뭇한 미소도 지었더랬다. 쓰레기가 체육대회에서 티를 받아주겠다는 여자 후배들을 물리치고 굳이 나정이에게 가서 티를 훅 벗어 던질 적에, 나정이의 손목에 시계를 걸어줄 적에. 그리고 그 후에 목욕탕에서 보여진 쓰레기의 복근 빵빵한 몸은 정우앓이에 빠진 여성팬들에겐 보너스였다.

 

 

 

허나 결국 눈물이 뻐근하게 차오르고야 말았다.

어린이들이 그렇게 무서워한다는, 웃기다 울리기 신공으로, 제작진들은 응답하라 1994를 사랑하는 시청자의 신체 어딘가에 상당히 곤란한 일을 만들고야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5화의 '차마 기 힘든 말'이라는 제목처럼, 5화가 하려던 말은 결국 바로 그것이었다. 작게는 친구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사과를 전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죽음을 앞둔 엄마가 아이들에게 그 작별의 인사를 남겨야 하는 것까지.

죽음을 앞둔 여환자는 병원에서 실습중인 쓰레기에게 부탁한다. 아이들에게 자기 대신 전해달라고. 간절한 부탁에 거듭된 고민을 하던 쓰레기는 그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들에게 말한다. 엄마가 멀리 떠나야 한다고, 그래서 함께 있지 못할 수도 있다고. 형은 동생에게 하루 한번 양보하고, 동생은 형을 하루 한 번 안아주는 게 엄마가 내주는 숙제라고. 그리고 약속하지? 라며 손가락을 내민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쓰레기의 맞은 편에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가 앉아 있다. 그리고 쓰레기는 말을 잇는다.

이렇게 하시면 된다고. 아이들에게 말은 뭐라고 하든 상관 없고, 그 마음만 보여주면 된다고.

 

 

그렇다. 차마 하기 힘든 말.

친구에게든, 가족에게든, 사랑하는 그 누구에게든. 우리는 힘든 말을 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평소에 치던 장난은 생각치 않아도 입에서 술술 흘러 나오고 불평은 가볍게 통통 튀어나오면서도, 막상 해야 할 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 마음을 전해야 할 때, 그저 사랑하는 눈빛만 확실히 전달되면 되는 것이라고.

 

그 말은 이제 곧 나정이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차마 하기 힘든 말을 전해야 할 순간이, 나정에게도 혹은 나정이의 남편감 후보 중 그 누군가에게도 다가올 테니 말이다. (이미 한번 거짓말이 되어 버린 고백은, 너무도 안타깝지만.) 그 순간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 지, 지금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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