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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9화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스위벨 2013. 11. 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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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눈에 보이는 매직, Love.

[응답하라 1994] 9화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선을 한 점에 모으고 집중하면, 그 순간 무엇인가 입체감 있게 튀어나온다는 신기한 그림, 매직아이. 신촌 하숙집에는 매직아이 열풍이 불고, 모두가 다 그 그림을 보는 와중에 나정이만은 도무지 알아보지 못한다.

 

"매직아이는 보이는 사람만 보여."

"아니거든! 볼 수 있거든."

"처음에 안 보이면 절대 못 본다니까."

 

이것은 사람간의 관계, 즉 사랑의 속성과도 같다.

 

드라마 초반 화면에는 세 사람이 보여진다. 칠봉이와 나정, 그리고 쓰레기. 옥상에 선 칠봉은 마당에 앉아 있는 나정을 바라보지만, 나정은 옥상에 칠봉이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집안에 있는 쓰레기만 바라본다. 모두가 자신이 응시하는 한 점만을 보고, 한번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그 뒤에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칠봉에겐 나정이가, 나정에게는 쓰레기가 '마법의 그 무엇' 이었으니까. 수많은 점들 중에 유달리 툭 튀어나와 보이는 매직아이처럼.

 

 

급기야 내기를 빙자해 칠봉은 나정이에게 매직아이 한 장을 건넨다. 그건 나정이에게 건넨 칠봉이의 수줍은 힌트였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대한. 그러나 해태도, 삼천포도, 빙그레도, 심지어 쓰레기까지 모두가 알아본 그 그림을, 끝끝내 나정은 알지 못한다.

 

나정이가 끝내 칠봉이의 메시지를 보지 못한 와중에, 나정의 마음을 알게 된 쓰레기는 이제 나정이라는 한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듯하다. 그래서 쓰레기는 그 점을 응시하기 시작했고, 슬슬 나정이라는 매직아이가 눈 앞에 아른거리게 되었다.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나정이가 김치국물이 묻은 티셔츠를 벗어 빨고 있는 욕실 문을 벌컥 연 쓰레기는, 나정이의 속옷차림을 보고 당황한다.

 

 

이전까지는 나정의 속옷으로 버젓이 장난을 치고, 나정을 아무렇지 않게 꼭 끌어안고 자는 등, 나정을 그저 '동생'이라는 존재로만 보던 쓰레기에게 나정의 '여성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예전에 쓰레기의 '빤스'까지 우악스럽게 벗겨내던 나정이가, 쓰레기를 남자로 보기 시작하면서 그의 상의 벗은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것도 이와 동일한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리는 비에 젖은 옷을 신경 쓰던 나정과, 그걸 쓰레기가 알아차린 모습에서도 이어진다.

 

 

막상 진짜를 말하려고 하면 한꺼번에 수 만가지 생각이 떠올라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러나 실은 두 세 마디면 정리되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칠봉이는 말해야 한다. 알려주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정이에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으로 시작하는 그 진심의 고백을. 내가 여기 있노라고. 내가 너를 응시하고 있다고.

 

내가 바라보는 한 점을 인식하는 순간, 그리고 집중하는 그 순간, 사랑은 시작된다. 쓰레기라는 한 점을 응시하고 있는 나정이가 고개를 돌려 칠봉이라는 점을 바라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언제든 찾아올 것이다.

그저 어느 순간,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그 점이 인식되는 순간, 또 다른 매직이 시작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기에 사랑은 늘 설레고, 갑작스럽고, 위험하다.

 

 

, 칠봉이가 나정이에게 건넨 매직아이의 정답은 '하트'라고 하네요. 짐작은 했지만… 저도 빠가사리 반피인지... 안 보여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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