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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1화 –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 가지 방법

스위벨 2013. 11. 3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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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 VS 쓰레기, 그들의 정면승부

: [응답하라 1994] 11화 –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 가지 방법 

 

 

짝사랑을 고백한 나정과 칠봉. 그들의 사랑은 드디어 상대를 향해 자기의 얼굴을 밝혔고, 이제 남은 건 아리송하게 남은 쓰레기의 마음뿐이다.

 

쓰레기는 나정이의 마음을 여러 방향에서 듣게 된다. 윤진이의 입을 통해 듣고, 나정이 본인을 통해 듣고, 이제는 해태를 통해서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묻는다. 도대체 쓰레기, 당신의 마음은 무엇이냐고.

 

 

 

하지만 그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나정이와 쓰레기, 단 둘 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이 쌓아온 시간이 너무 깊었다. 나정이의 부모님은 이제 쓰레기에게도 서울 부모님이었고, 나정의 아빠는 쓰레기 아빠의 형제와도 같았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저런 고민에 둘러싸여, 쓰레기 자신도 자기 마음을 확실히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답 못하는 질문이라 하더라도, 질문은 계속해서 그를 향해 다가오고, 그 질문의 횟수만큼 그는 더 생각하게 된다.

"오빠, 나정이가 싫으면 차라리 싫다. 여자로 안 보인다고 말을 해요."

"형님, 만약 나정이가 그냥 친구였으면, 그러면 나정이랑 사겼대요? 나정이 마음 받아줬대요?"

 

그리고 그들의 질문은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했고, 그들을 향해 하나하나 대답을 할 때마다 자기의 마음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답이 안 나오던 물음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만든 건, 칠봉이었다.

 

 

"선배님, 나정이 지금 짝사랑하고 있는 거 아니죠? 제 생각이 맞죠?"

"나는 내가 나정이 만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우리 부모님들도 계시고, 죽은 내 친구… 훈이도 있고. 그리고 나도 잠깐 헷갈려서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걔 혼자 발 동동거리고 있는 거 보자니까… 내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 나정이 가슴 아픈 게 나한테도 가슴 아픈 일이면, 그거 좋아하는 거 맞지? 맞다. 나정이 혼자 짝사랑 한 거 아니다. 나도 나정이 좋아한다. 니 때매 인자 정신이 번쩍 드네. 나정이 마음 받을 거고 내 마음도 얘기할라고. 병신같이 고민만 하다가 좋아하는 여자 다른 놈한테 빼앗기면 어쩌노."

"어쨌든 게임 아직 안 끝난 거네요. 그럼 포기 안 합니다. 병신같이 뺏길 수도 있어요."

 

칠봉이의 물음에 자신의 상태를 주저리 주저리 말하던 쓰레기는, 그 말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찾는다. 쓰레기의 마음에 확신을 준 건, 바로 라이벌 칠봉이의 등장이었다.

 

 

 

사랑도 인생도 야구를 닮았다. 짝사랑, 가슴을 앓고 머리를 싸매도, 어차피 혼자 하는 사랑에 다른 방법이란 없다. 짝사랑을 끝내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고백뿐이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그리고…… 그리고 세상은 넓고 라이벌은 많다. 사랑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칠봉이도, 쓰레기도 커브 보다는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얼핏 보면 승부는 이미 결정 난 듯 보이기도 한다. 나정이는 현재 쓰레기를 짝사랑 중이고, 쓰레기가 그 마음을 받아주기로 한 이상 그 둘의 마음은 이미 통한 상태이니까. 하지만 쉽게 그런 생각을 굳힐 수 없는 건, 오늘 벌어진 일련의 일들 때문이다.

 

나정이는 자신에 고백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상태가 지리하게 이어졌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나정이가 차인 거라 말했다. 그 말의 뒤에는, 이제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오늘은 쓰레기에게 약속을 바람맞는 일까지 일어났다. 쓰레기의 진심이야 어찌되었든, 그건 나정이의 마음 어느 부분에서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도무지 답이 없는 상대를 향한 하염없는 마음을 서서히 정리하는 계기, 조금씩 포기하고 돌아서는 계기.

 

그리고 나정이가 겪고 있는 그 허전함의 한 부분을 채워준 건, 칠봉이였다. 쓰레기가 없는 빈 자리를 채워준 건, 바로 칠봉이였다.

 

오늘 하숙집을 나간 쓰레기로 인해, 그들의 사랑은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쓰레기는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나정'이라는 존재만을 바로 볼 기회를 얻었다. 반대로, 하숙집으로 들어온 칠봉이에게는 쓰레기라는 존재가 비어버린 공간에서, 나정이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사랑이 야구를 닮았다면, 칠봉이의 말처럼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야구가 가진 매력 중의 하나는 바로 '반전의 묘미'다. 9회말 투 아웃 상황에서도, 홈런을 날릴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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