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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흑룡전설 용지호 - 자전거를 타고 날아보자, 팔짝!

스위벨 2014. 4. 17.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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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흑룡전설 용지호

(제 4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 김봉래 지음

 

 

"양재천에 드래곤이 있다!"

언제부턴가 양재천 자전거길을 오가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양재천에 가면 드래곤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 입소문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줄거리    

 

평범한 중학교 3학년 학생 용지호. 그는 조금은 어리숙하고 소심한 남학생이다. 그의 친구는 개그맨을 꿈꾸는, 그러나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별 영향력 없는 '오밤' 정도.

 

어느 날 아빠가 회사에서 자전거를 받아오게 되고, 자전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 지호는, 양재천을 따라 대치동에 있는 학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지호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전거 승부도 하고, 우정도 나누면서, 점점 양재천의 '드래곤'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지호는 학교 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얻고, 반에서 영향력 있는 반장 패거리와 어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반장 패거리는 지호의 단짝 친구인 '오밤'을 왕따 시키기 시작한다.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이 된 지호는, 힘 있는 반장 패거리 대신 자신의 절친인 오밤을 선택한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학교, 이제 왕따는 오밤이 아니라 바로 '용지호'로 바뀌어 있었다.

 

 

무지개 다리에 모인 형형색색의 사람들

 

양재천을 매일같이 오가던 드래곤은, 그 길에서 다른 자전거 라이더들을 만난다. 학교를 자퇴하고BMX 선수로 활약하는 '스텔스', 값비싼 자전거 장비로 무장한 배불뚝이 아저씨 '꿍따리', 헬맷 대신 안전모를 쓰고 달리는 아저씨 '하이바', 예쁘장한 여중생 '로미'.

 

그들은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모르면서 자전거 하나로 인해 친구가 되고, 서로의 마음을 터놓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자전거는 값비싼 최고급이고, 누군가의 자전거는 거저 얻은 듯한 싸구려지만, 그 무지개 다리 아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아는 모습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떤 사회적 입장에 처한 누군가가 아니다. 그저 두 다리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땀을 흘려가며 양재천을 달리는 서로의 맨얼굴이다.

 

 

 

핑계에 갇힌 자신감 찾아내기

 

맨 처음 책에 등장하는 지호의 모습은, 겁쟁이처럼 보이기도 했고, 별 의욕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특출 난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핑계로, 자신감이란 자체가 없었다. 엄마의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싫었지만, 정작 자신이 가진 다른 꿈도 없었다.

그런 '용지호'가 어느 날 안전모를 쓴, 고물 자전거를 탄 아저씨를 만나 승부를 하게 된다.

 

"아저씨 자전거가 조금만 더 좋은 거였다면 제가 졌을지도 몰라요."

"더 좋은 자전거를 탔어도 드래곤을 이기긴 힘들었을 거예요. 드래곤도 더 좋은 자전거를 탄 상대를 모두 이겨 왔잖아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지금껏 상대한 수많은 라이더 대부분이 드래곤보다 가볍고 비싼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중요한 건 자전거가 아니라 나 자신이구나.

 

 

 

비겁해 지지 않는 방법

 

지호가 겪는 학교의 왕따 사건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양재천에서는 전설인 드래곤이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소심한 용지호다. 그는 반을 휘어잡고 있는 반장에게 맞서지도 못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반격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스텔스' 형은 이런 말을 해 준다.

 

"상처가 나는 것을 겁내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어."

 

그 말과 함께, 스텔스 형은 수 많은 연습으로 구르고 다치면서도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고난도의 기술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 멋지게 성공해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거머쥘 수 있는 성공이었다.

 

 

왜 자전거일까?

 

소설은 인물들로 하여금, '자전거'에 올라타도록 했다. 자전거는 오로지 두 다리의 힘으로만 달린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내 힘과 노력뿐이다. 나 자신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면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달린다. 내가 페달을 밟아주는 속도 대로 나아가고, 내가 핸들을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온다. 정직하고 솔직하다. 그리고, 그저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 훨씬 시원한 쾌감을 선물한다.

비록 전설이 아닐지라도, 패배할 지라도, 숨을 헐떡대며 최선을 다해 밟으면 딱 그만큼의 거리와 바람을 선사해준다.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여러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상황과 유머러스한 표현이 어우러져 금새 책 한 권을 읽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싶어졌다. 양재천에서 용무늬 두건을 쓴 소년을 만나, 나도 그 뒷통수를 향해 냅다 소리치고 싶다. "드래곤!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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