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 물고 물리는 사기판, 최후의 승자는?
/ 데이빗 O. 러셀 감독
/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출연
■ 줄거리 ■
어려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체득한 어빙(크리스찬 베일). 그는 매혹적인 여자 시드니(에이미 아담스)와 손잡고, 사기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리고 어빙과 시드니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FBI 요원의 수사망에 걸려들어, 결국 시드니가 감옥에 갇히게 된다.
FBI요원인 리처드(브래들리 쿠퍼)는, 어빙과 시드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들의 천재적인 사기 수법을 이용해서, 딱 4명의 범죄자만 끌어들여 잡게 해주면 그들을 풀어주겠다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어빙과 시드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도시의 재정적자로 자금이 필요한 시장 '카마인'에게 접근해서 덫을 놓고, 그를 체포하려 한다. 하지만 처음 계획과 다르게 판은 점점 커진다. 여러 정치인과 거물급 마피아까지 뛰어든다. 그뿐인가, 시드니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까지 가세한다.
하지만 성과 올리기에 눈이 먼 FBI요원 리처드는 그 커지는 판 속으로 환호하며 몸을 디민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할 수 밖에 없는 어빙과 시드니는, 이제 살아남기 위한, 위험한 사기극을 시작한다.
진짜와 가짜, 그 양면성
영화 속에는 서로 물고 물리고, 복잡한 사기극이 펼쳐진다. 사기꾼 어빙과 시드니는 물론이요, 수사관 리처드,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 마피아들과 정치인들. 그들에게는 다 저마다의 속내가 있고, 그 속내를 감추고 대신 가짜를 들이밀어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느 누가 오롯이 착하고, 어느 누가 오롯이 나쁘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이분법적 계산보다, 영화는 누구나 가진 어느 정도의 가짜와 어느 정도의 진짜를 적절히 섞어서 내보낸다. 모든 인물들에겐 진심도 있고,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가짜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짜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인물 속에서 뒤섞여, 그 경계는 다소 흐릿해진다.
시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진정 애쓰는 시장 카마인은, 마피아와 손잡고 검은 자금을 끌어들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어빙은 늘 누군가를 등쳐먹는 인물이지만, 시드니에게 느끼는 사랑과 카마인에 대한 우정만은 진심이다. 수사관 리처드, 그는 겉으로는 부패한 사람들을 잡아들인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결국은 자기 성과 올리기에 대한 욕심이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영화다. 각각의 개성을 또렷하게 보여주며 다소 충격적인 변신을 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그 중 으뜸의 볼거리다. 그리고 미국의 7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 주는 배경도 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영화 속 중요한 장면장면과 함께 시작되는 흥겹고 위트 넘치는 음악은, 영화의 재미를 2배로 올려준다.
영화가 시작될 때, '어느 정도는 실화'라고 표시된 화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수사관이 아랍 사업가로 위장하여 공직자의 비리를 밝혔던 '앱스캠 스캔들'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다소의 사실과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듯, 현실에는 항상 영화 같은 일들이 만연하게 퍼져 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사기였다던 시드니, 그리고 사람은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던 어빙. 그들은 결국 가짜의 삶을 버리고 진짜의 삶을 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는 온갖 가짜들이 판치고, 그들의 사기극은 늘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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