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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동 - 그득하게 마음을 채우는 한 그릇!

스위벨 2014. 3. 1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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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Udon)

- 그득하게 마음을 채우는 한 그릇!

 

/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

/ 유스케 산타마리아, 코니시 마나미 출연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으로 건너온 코스케, 하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결국, 코스케는 빚만 떠안은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의 고향은 일본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 그러나 전국에서 우동집이 가장 많은 고장, 바로 사누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우동집 아들인 것이 싫었다. 그 집을 떠날 때 코스케가 남긴 말도, "이곳에는 꿈이라곤 없다. 그저 우동만이 있다." 였다. 하지만 힘들어진 그가 돌아올 곳은 고향뿐이다.

 

 

빚을 갚기 위해 친구가 소개해 준 출판사에 들어간 코스케. 잡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민하던 코스케의 눈에, 어느 관광객들이 들어온다. 그들은 사누키에 와서는 우동을 먹어야 한다고 하며 그 지역의 잡지를 찾지만, 막상 우동이 너무 익숙한 그 지역의 잡지에서는 우동 기사를 다루지 않는 것이다.

 

코스케의 제안으로 출판사는 우동에 관한 기사를 다루기로 한다. 하지만 조금 특이한 기사다. 산 중턱, 호숫가 언저리, 골목을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 사누키 촌구석의 우동집에 대해 다루면서, 가는 길의 지도도, 사진도 싣지 않는다. 오로지 소설가가 꿈인 여기자 '교코'가 쓴 글만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고, 독자가 직접 그 글을 따라 우동집 순례를 다니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그 전략은 성공을 해, 전국적인 우동 붐을 일으킨다. 시골 마을의 우동집에는 잡지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넘쳐나고, 출판사는 승승장구하며, 지역에서는 우동축제까지 벌어진다.

그러나 붐이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고, 축제는 끝나기 마련이다. 갑자기 유명세를 타며 번잡해진 마을에서는 이런저런 문제가 나타나고, 이어 사람들이 가졌던 우동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식어간다.

 

 

 

우동, 소박한 노력이 담긴 식사

 

우동은 오직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반죽해 만들어 낸다고 한다. 반죽은 힘껏 치대고, 다시 밟아주고, 적당히 시간을 들여 숙성시키고, 알맞은 굵기로 잘라야 한다. 간단한 재료지만, 상당한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기계를 쓰고, 미리 만들어 놓는다면 충분히 수고를 덜 수 있지만, 코스케의 아버지는 절대 그러는 법이 없다. 수건을 목에 걸고, 온 힘을 다해 반죽을 만든다. 늘상 이어지는 고된 일들 때문에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잡지 기자인 교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간장에 졸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동 면을 만들면서, 창 밖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는 어린 손님을 위해 따끈한 우동 한 그릇 건네는 걸 잊지 않는다. 우동은 무뚝뚝하기만 했던 코스케의 아버지가 건넬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었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마음을 채우는 음식

 

편집장은 우동에 관한 한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과거에 사누키를 연결하던 연락선 위에서 먹던 우동에 관한 이야기였다. 면은 퉁퉁 불고, 국물은 그럭저럭인,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우동이었다고. 그럼에도 고향에서 벗어나 외지로 나갈 때, 그리고 외지에 있다가 고향으로 들어올 때, 늘 배를 타면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우동이었다고 말한다. 그 우동은 음식이기 이전에, 고향이 그에게 건네는, 그리고 그가 고향에 건네는 일종의 인사였다고 말이다.

 

 

비록 한 순간의 꿈 같았던 우동 붐은 꺼졌지만, 여전히 사누키 우동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동을 지켜나갈 마을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에 고향이 존재하듯이, 그곳에 우동집이 존재한다. 우동은 곧 사누키 사람들의 고향인 셈이다.

그리고 평생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코스케는, 우동 한 그릇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그리고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당신만의 한 그릇

 

 

 

영화 시간 내내 화면 가득 이런저런 종류의 소박한 우동이 나오고, 보는 사람마저 덩달아 배가 고파지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는 소울 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채우는 음식이 있다.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일 수도, 가장 어려운 시절에 먹었던 라면 한 그릇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우동으로 성공을 이룬 코스케가 단지 그 우동에 안주하도록 하지 않는다. 우동을 발견한 그들은, 우동의 힘을 이어 각자가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었다.

 

비록 우리의 삶이 영화 속 화면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나만의 소울 푸드 한 그릇이 주는 소박한 온기로 언 손을 슬쩍 녹여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 또 얼마간은 뱃속 든든하게, 두 손 꼭 쥐고 달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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