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방황하는 칼날 – 히가시노 게이고 : 누구를 향해 칼날을 돌리시겠습니까?

스위벨 2014. 3.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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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방황하는 칼날 (영화 원작 소설)

- 당신은 누구를 향해 칼날을 돌리시겠습니까?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외동딸과 단 둘이 사는 아빠 '나가미네'. 그런데 불꽃놀이 구경을 간다며 나갔던 딸이 시체가 되어 나타난다. 딸은 누군가에게 잔인하게 유린 당하고, 살해되어 버려졌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아빠 '나가미네'는 누군가 알지 못하는 자의 제보로, 범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가 말한 범인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미성년자 2명. 사실 확인을 위해 '나가미네'는 경찰에 알리지 않고 그들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범인의 집에서, 그들이 딸을 죽일 당시 찍어놓은 범행 비디오를 발견한다. 그 장면을 보고 정신이 나간 나가미네는, 때마침 집으로 돌아온 범인 중 하나를 잔인하게 찔러 살해하고 만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나가미네가 저지른 짓임을 금방 알게 되고, 이제 나가미네는 살해 용의자가 되어 수배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의 범인을 마저 찾아서 복수하려는 나가미네와, 그러지 못하게 막으려는 경찰의 대립이 시작된다.

 

 

칼날의 방향

 

피해자의 유가족이었던 '나가미네'. 그런데 그가 복수를 선택한 순간, 범인을 쫓던 경찰은 이제 거꾸로 범인을 보호하고 나가미네를 쫓는다.

 

'법이 그들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다.'

 

보통 직접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의 이유는 이 한 가지다. 법이 제대로 범인을 심판해서 정당한 판결을 내린다고 생각하면, 굳이 자신이 직접 복수를 행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피해자의 억울함은 정의로운 법이 풀어줄 테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나가미네는 직접 복수의 칼날을 들었다. 그러자 사회의 법은, 나가미네를 향해 칼날의 방향을 바꾸었다.

 

 

법이 정말로 지켜야 하는 것

 

정의를 지킬 수 없는 허술한 법, 그 중에서도 특히 소년범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단지 청소년이라고 봐 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극악하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다. 그런데 법은 여전히 그들을 청소년이라고 옹호한다. 그들이 행한 범죄는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닌데, 그들은 왜 청소년의 잣대로 심판 받아야 하는가? 그들이 아무리 미숙하다 한들, 해도 되는 행동과 절대로 저질러서 안 되는 일을 구별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리고 그런 허술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며, 청소년 범죄의 수위는 차츰 높아지고 있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몇 세까지 청소년 법을 적용 받는지, 몇 세까지는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안전한지. 그래서 악성 청소년 집단에서는, 치명적인 범죄를 행할 때는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을 이용한다. 처벌을 가벼이 받을 수 있으니까. 범죄의 대가가 가벼우니 잘못을 행하는데도 거리낌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물음이 따라 붙는다.

 

법이 피해자의 인권과 그의 미숙함을 주장하면 할수록, 피해자의 억울함을 켜켜이 쌓아가는 것은 아닐까? 가해자의 인권을 주장하기 앞서, 사라져버린 피해자의 인권은 어떻게 되살려 줄 것인가? 피해자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밟아버린 가해자, 그의 인권은 보호받을 정당성이 있는 것일까?

 

 

[영화 – 방황하는 칼날]

 

 

무관심이 만든 괴물

 

물론 엄벌만이 능사는 아니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은 한 가지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정의로운 법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구와 토론, 검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움직임조차 인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왜 바뀌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힘 없는 소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도, 그 법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 대부분도, 잘못된 걸 바꾸어야 한다면서도 적극적으로 보려 하지 않는다.

법의 심판에 맡기라는 말을 가볍게 뱉는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그 법의 불합리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뼈아프게 무언가를 잃어본 피해자만이 법의 불합리함을 부르짖을 뿐, 우리 모두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그리고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가 별로 없고, 때문에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모든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오늘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교묘하게 이용하는 악인이 생기고, 괴물이 생겨난다. 그리고 언제 우리가 피해자의 입장이 될지 모른다. 피해자가 된 뒤에 법의 불합리를 부르짖어 보았자, 때는 늦다.

 

 

책은 배우 정재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되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에도 책과 같이 줄곧 물음이 따라 붙는다. 이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의의 방향으로 칼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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