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4. 2.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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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 작가 :  미야베 미유키

 

 

중학생인 '오가타'는 같은 반 여학생 '구도'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품고 있다. 점점 그녀가 좋아진다. 그래서 그녀가 가족과 함께 '시라가와 정원'에서 하는 풀벌레 소리를 듣는 행사에 간다는 것을 알고, 오가타도 그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중학교 여자 아이'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오가타는 순간적으로 '구도 씨'일 거라는 생각에 휩싸인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구도'의 사촌 언니인 '아키코'로 밝혀진다.

 

경찰이 살해범에 대한 단서를 잡아가는 동안, 피해자 '아키코'의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며, 그녀에게 자신이 있을 '집'이란 존재가 없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키코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그 쪽으로 끌어들일 여자애들을 물색하고 있었단 사실도. 그리고 자신과 달리 행복하게 사는 사촌동생 '구도'에게 끔찍한 악의를 품고 그쪽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오가타는 자신이 좋아하는 구도 씨를 위해, '아키코'에 관련된 숨은 이야기를 알아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건 시마자키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 이유는 다르지만 말이다.

 

◇◆◇

 

소설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에 나왔던 오가타, 시마자키 중학생 콤비가 이번에도 등장한다. 중학생 스러운 풋풋함이 느껴지는가 하면, 너무도 어른스러운 시마자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를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나에게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 중에 가장 집중되지 않았던 소설이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이지만, 궁금증도, 긴장감도 이어지지 않았다. 왜 죽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은 초반에 이미 다 나와 있다. 그렇다고 '어떻게'가 궁금한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구도 씨'가 그 일로 우울해하자, 오가타가 그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을 알아보는 것이 초점이다.

 

만약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미야베 미유키'란 작가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나는 책장을 끝까지 넘겨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꾸역꾸역 읽어간 책의 마지막 끝부분은 상당히 만족감을 주었다. 책을 읽어오는 내내 별 감흥도 없이 기계적으로 읽어갔으나, 그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지금까지 읽어온 보람을 느꼈다.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인이 밝혀지고,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난 다음, 오가타는 믿기 싫은 사실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는 '구도 씨'에 대한.

 

'구도 씨'는 자기를 유흥업소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사촌 언니의 집요한 마수에서 벗어나고자, 다른 여자아이에 대한 정보를 사촌 언니에게 넘겨주었다. 자기 대신, 다소 불량해 보이는 그 소녀를 끌고 들어가라는 의미였다. '구도 씨'가 한 일은 중학생 소녀로써 이해 받을 수 있는 행동인지도 모른다. 자신도 위험했고, 무서웠고, 사촌 언니의 그런 행동을 차마 부모님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구도 씨는 단순히 정보만을 넘겨주었을 뿐, 나머지는 사촌 언니와 그 아이 간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아이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면 되는 문제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명콤비 '오가타'와 '시마자키'는 참으로 올곧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구도 씨'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너는 잘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 콤비가 좋다. 명백히 틀린 것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는 그럴싸한 변명으로 감싸려 하거나, "아직 어리다"는 방패 뒤에 숨으려 하지 않기에. 평소에는 어린 취급을 하면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막상 잘못 앞에서는 '어리다'는 핑계로 숨는, 그런 비겁한 청소년이 아니어서 좋다.

 

그래서 시마자키와 오가타 콤비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때론 지나치게 애늙은이 같은 시마자키에게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점은 다분히 중학생다운 오가타가 상쇄시켜준다. 다만, 그들이 빠져드는 사건이 참 마음에 안들뿐이다. 하지만 이들 콤비의 운명은 여기서 끝인가 보다. 이 소설이 1995년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그 후로 후속작이 없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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