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소설]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스위벨 2014. 2. 3. 14:47
반응형

[서간체 소설] 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

- 진 웹스터 (Jean Webster)

 

 

존그리어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소녀, 제르샤 애벗.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고아원의 원장은 뜻밖의 말을 건넨다. 바로 익명의 후원자가 그녀를 대학교에 보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제르샤가 국어 시간에 썼다는 시 한 편이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 국문학을 공부시키고자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는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후원하여, 제르샤가 공부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단 거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제르샤가 그 후원자에게 매달 한 통의 편지를 써서 보내는 것이다. 이름도 얼굴도, 다른 모든 것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제르샤는 그의 뒷모습만 먼 발치에서 보았을 뿐이고, 그때 키가 큰 그의 그림자가 복도에 길게 늘어졌었다. 그래서 제르샤는 그를 '키다리 아저씨'라 부르기 시작한다.

 

 매달 한 통의 편지라고 했지만, 제르샤는 대학생활이 너무 신나고 유쾌해서 견딜 수가 없다. 고아원을 빠져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고아라는 사실을 낱낱이 다 이야기 할 자신은 없어서, 제르샤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많은 편지를 써서 보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 대신, 자기 자신에게 '주디'라는 새로운 애칭까지 스스로 지어서.

 

그리고 편지 속에는 그녀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학교 생활, 친구와의 관계, 그녀의 속마음과 갈등, 그리고 간혹 남자들의 이야기까지. 소설은 이렇게 주디가 키다리아저씨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로 진행된다.

 

 

 

한 소녀의 성장기이고, 핑크빛 연애담이기도 하며, 유쾌한 학교생활을 그린 청춘물이기도 하다. 비록 좋지 못한 환경의 '고아 소녀'이지만 주디는 참 당당하고 활발하다. 그러나 부자 친구에게 괜한 자격지심을 느끼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이 고아란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또한 새 옷 하나에 신나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주디'는 우리 곁에 있는 어느 소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공상을 좋아하고 활발한 이 소녀는 대학교에 들어가 점차 성장하고 여자로 바뀌어 간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도 찾아온다.

 

 

 

 

책은 주디의 편지로 이루어지는 서간체 소설이다. 때문에 누군가의 편지를 슬쩍 보는 듯한 느낌으로, 소설 속 이야기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책 곳곳에는 작가가 그린 삽화가 들어 있다. 검은 색 펜으로, 정말로 편지 한 구석에 주디가 실제로 그린 것만 같은 그림들이다. 잘 그렸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재치가 넘치는 그림들이다.

 

 

 

내가 가진 문고판 책은 1993년에 인쇄된 것으로, 가격은 2000원(!)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참 많은 출판사에서 출판되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해 각색한 책도 참 많다. 더군다나 요새는 예쁜 일러스트를 더한 책들이 새롭게 출판되고 있는 것 같다. 그뿐인가,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있고, 이 소설이 모티브가 된 영화나 책도 많다.

 

그러나 무려 1912년에 쓰여진 책이다. 하지만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혀 고루해지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책 속의 분위기는 지나온 시간이 무색하게 유쾌하고 즐거우며, 종종 나오는 유머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주디가 다니는 여자 학교의 규칙이나, 여성 참정권 등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전혀 그 오랜 시간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 받는 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