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문학, 소설, 기타

[여행기] 메갈로 마니아 - '온다 리쿠'의 과대망상, 라틴아메리카를 날다

스위벨 2014. 2. 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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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갈로 마니아  (Megalomania)

- 작가 '온다 리쿠'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가인 '온다 리쿠'가 쓴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다. 대표 작품으로는 [밤의 피크닉], [Q & A], [달의 뒷면], [삼월은 붉은 구렁을], [유지니아] 등이 있다.

 

온다 리쿠가 쓰는 소설 속에는 보통 추리, 미스터리, 그리고 SF와 귀기 등이 복합되어 나타난다. 때문에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의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종류의 범상치 않은 상상력과 생각들이 가득 혼재되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번 여행기의 제목도 '과대망상'을 뜻하는 '메갈로 마니아'다.  

 

 

나는 온다 리쿠의 소설을 여럿 읽어 보았고, 그녀가 쓰는 소설을 꽤나 즐겁게 읽는 독자 중  한 명이다. 특히, '밤의 피크닉'을 상당히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온다 리쿠가 쓴 여행기를 읽어 보는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소설가의 여행기를 선택하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는, 보통의 여행기를 선택할 때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소설이라는 하나의 세계 속에 담긴 작가의 생각 말고, '여행'이라는 좀더 일상에 가까운 상황에서의 그의 글을 보고 싶은 바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그런 생활 속에서 드러내는 작가의 얼굴은 어떨까? 여행이라는 상황을 작가의 문체는 어떻게 나타내 줄까?'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것이다.

 

나도 주로 소설 작가가 쓴 여행기를 집어 들 때는 그런 기대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작가가 여행에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그런 소설 작품을 써내는 작가가, 평소에는 어떤 생각을 풀어내며 살까? 하는.  소설 작품 속에 은밀히 드러난 작가의 모습과, 여행기를 통해 조금 더 또렷한 윤곽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런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온다 리쿠'의 여행기, [메갈로 마니아]를 펼쳤다.

 

 

라틴아메리카는 온갖 미스터리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아직 인류가 풀어내지 못한 고대 유적에 관한 수 많은 미스터리가 실재하는 곳이다. 환상적인 세계를 소설 속에 펼쳐놓는 작가 온다 리쿠, 그리고 풀리지 않은 고대 유적의 수수께끼가 살아 숨쉬는 공간 라틴 아메리카. 그 둘의 조합이 만들어 낼 상황에, 나는 그의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하듯이 설렜다.

 

 

그러나 내 바람과 달리, 이 책에서 온다 리쿠는 그다지 자신의 얼굴을 많이 드러내지 않는다. 여행기의 본분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기라도 한 듯, 흡사 리포터처럼 라틴아메리카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더 많이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라는 상황 속에서 작가의 실제 얼굴을 조금이나마 엿보고 싶었던 나는 적잖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물론 그녀의 평소 생각이나 모습이 여행기 속에 아예 안 나타나지는 않는다. 다만 평소에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자신에 관해 조금 더 보여주지..." 하는 내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온다 리쿠는 색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선물을 안긴다. 그것도 자기 자신이 제일 잘 하는 방식으로. 온다 리쿠가 제일 잘 하는 것, 바로 그의 '미스터리 작품'으로 말이다.

여행기의 중간중간에는 라틴아메리카를 배경으로 미스터리 소설 한편이 펼쳐진다. 그가 펼쳐놓는 소설 속 환상의 세계와 온다 리쿠가 여행하는 실제 세계가 책장 속에 번갈아 나타난다. 그것은 '온다 리쿠'의 여행기이기에 가능한,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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