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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임파서블 - 기적을 바라고, 기적을 만들다

스위벨 2014. 2.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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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 기적을 바라고, 기적을 만들다.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 이완 맥그리거, 나오미 왓츠 출연

 

 

행복한 부부인 마리아와 헨리는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내기 위해, 태국의 휴양지로 향한다. 따사로운 태양 아래서의 눈부신 휴가를 꿈꾸면서. 마리아와 헨리 부부의 세 아들도 물론 함께다. 큰 아들 루카스와 둘째 토마스, 셋째 사이먼이다. 큰 아들은 사춘기인지 지나치게 시니컬하고, 둘째는 겁이 많다.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이다.

 

 

그들 가족이 태국의 리조트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12월 26일, 거대한 쓰나미가 순식간에 덮친다. 단 10분 만에 모든 것이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간 끔찍한 재앙. 그 속에서 가족들은 흩어지고, 서로의 생사를 모르게 된다.

다행히 엄마와 큰아들 루카스는 흘러가는 물살 속에서 서로를 붙들지만, 엄마 마리아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마리아는 심각한 부상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다리를 끌고,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 아들 루카스를 이끈다.

 

 

 

 

누군가의 선의가 만드는 기적

 

물살에서 빠져 나온 엄마 마리아와 큰 아들 루카스는, 다시 또 물살이 덮쳐 오기 전에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려 한다. 마리아는 큰 부상을 당해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이고, 루카스는 그런 엄마를 돕기엔 아직 어리다. 나무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그 둘이 최대의 힘을 짜내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 마리아는 아이 목소리를 듣는다. 근처에 아이가 있는 것이다. 도와주어야 한다는 엄마에게, 루카스는 도움이 필요한 건 바로 자신들이라 소리지른다. 언제 또다시 쓰나미가 덮칠 지 모른다고, 엄마는 다쳤고, 우리끼리도 저 나무로 올라가기 벅차다고.

 

하지만 마리아는 굽히지 않는다. 만약 루카스의 두 동생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면, 누군가 반드시 그 아이들을 도와주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부상당한 다리로 결국 그 아이를 향해 간다. 그리고 루카스와 엄마는 그 아이를 구해 함께 나무 위로 올라간다.

 

 

 

구원은 역시, 사람이다. 

 

남편과 두 아들의 생사를 알 수 없다. 자신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마리아는 누구를 돕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쓰나미의 현장에 홀로 남겨진 아이 다니엘을 구해냈다. 그리고 병원으로 실려와서도 아들 루카스에게 자꾸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 참혹한 현장에서 그들 가족은 모두 살아남는다. 비록 마리아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목숨을 잃지 않고 다섯 가족이 모두 무사했다는 건, 기적이었다. 그리고 기적이란 간혹 굉장히 불평등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는 일어나고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참혹한 순간, 구원은 역시 사람이고, 그토록 바라는 기적 또한 사람으로부터 생겨난다. 마리아가 행한 선의 역시 꼬마 다니엘에게, 그리고 다니엘의 가족에게는 기적이었다. 다른 이들을 도운 루카스의 행위도, 그 도움을 받은 누군가에겐 큰 기적이 될 수 있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가족이 무사할 수 있는 기적을 간절히 바랐기에, 그녀 스스로 다른 이들을 위한 기적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 가족에게 다가온 기적이, 결코 우연이었다고만 생각되지는 않는다.

 

 

 

 

살아남은 슬픔

 

결국 그들은 살아 남았고, 그들이 들어놓은 보험을 통해, 그들은 전용 비행기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훨씬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싱가폴로 향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 그들이 탄 번쩍번쩍한 비행기는 위화감과 박탈감까지 불러 일으킨다.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그럼에도 그 곳에서 쭉 살아가야 할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굳이 그런 마지막이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자신들의 몸 어디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재앙의 흔적을 살핀다. 몸에 남은 상처 혹은 옷에 붙은 스티커 등등.. 그것은 여전히 그들 곁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전용기가 출발하는 순간, 그들의 얼굴에서는 전혀 안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클로즈업 되는 마리아의 얼굴에 드리워진 건,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나, 드디어 끝났다는 다행스러움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건 잔혹한 슬픔이었다.

그리고 떠날 수 있는 자들의 그 슬픈 표정은, 남은 자들의 비극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켰다. 떠나는 순간까지 마리아의 시선은 여전히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죽어간 그 많은 생명과, 여전히 그 곳에 남은 사람들을 향해서.

 

◇◆

 

재난 영화다. 영화는 실제로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가족의 실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화면 속에서는 거대한 물결이 휘몰아치고, 건물이 휩쓸린다. 하지만 영화가 그 속에서 그리고자 하는 건, 바로 사람이다. 영화는 마리아의 절규와 루카스의 두려움, 남편 헨리의 슬픔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하게 말한다. 그 끔찍한 순간, 그 곳에 사람이 있었다고, 그들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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