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Letters To Juliet)
- 줄리엣에게 배우는 사랑의 용기
/ 게리 위닉 감독
/ 아만다 사이프리드, 크리스토퍼 이건 출연
소피는 한 매거진의 자료 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지만, 아직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녀는 약혼자 빅터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게 된다. 둘이 함께하는 행복한 여행을 꿈꾸었던 소피와는 달리, 요리사인 그는 이탈리아에서 각종 식재료를 찾아 다니기 바쁘다. 소피는 결국 혼자 시간을 보내며 '줄리엣 하우스'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줄리엣의 발코니'가 있다. 그리고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많은 여성들이, 줄리엣에게 편지를 적어 남긴다. 소피는 그 글들을 유심히 읽다가, 우연히 50년 전에 쓰여진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사랑으로 고민하는 한 여인의 사연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그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내용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 소피는 그 편지에 답장을 써서 보낸다.
그리고 얼마 후, 소피의 앞에 50년 전 편지의 주인공인 할머니 '클레어'와 그의 손자 '찰리'가 나타난다. '클레어'는 소피의 답장에 힘을 얻어, 50년 전에 놓친 사랑 '로렌조'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손자 찰리는 소피의 오지랖 넓은 행동으로 할머니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할머니가 다시금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국 할머니를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얼마간의 책임을 느낀 소피는, 그들의 '로렌조 찾기'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줄리엣이 말하는 사랑의 용기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랑을 잃는다. 사랑 외의 다른 수 많은 이유들이 사랑의 장애물이 되곤 한다. 그러나 그 많은 이유들을 모아놓고 보면, 결국 가장 큰 하나의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용기가 없어서, 그 속에 뛰어들 만큼 내 모든 걸 버릴 수가 없어서.
줄리엣, 그녀는 첫눈에 반한 로미오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 둘은 도무지 이루어질 수 없는 원수 가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오, 로미오. 당신은 왜 로미오인가요?" 하지만 결국 그녀는 사랑을 선택했다. 현실의 모든 문제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을 얻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사랑으로 고민하는 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줄리엣을 찾는다. 희곡 속 줄리엣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관광지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어한다. 로미오를 너무나 사랑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어 놓은 그녀의 사랑을, 그 용기를 조금이라도 얻어보고자 말이다.
과거에 놓친 사랑, 그렇다면 오늘은?
그리고 그곳에서 줄리엣을 대신해 편지를 보낸 소피는, 결국 누군가의 인생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말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그런 편지를 보낸 소피조차도, 자기의 사랑에 망설이고 현실적 상황들에 고민한다.
소피는 클레어의 손자인 '찰리'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끼지만, 자신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할 예정이다. 그뿐인가, 소피는 미국에, 찰리는 영국에 살고 있다. 마음만으로 안 되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고민하는 손자 찰리에게 클레어 할머니는 말한다.
"많고 많은 소피네 집 문을 두드리고 싶니? 나처럼 50년을 기다리지 마라. 가서 잡아야지."
지난 인생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나 있지만, 정말 소중한 걸 놓쳐 버렸다면 그 미련은 평생 가슴 속에 돌덩이로 남죠.
이제 50년 전 선택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사랑에 대한 한 가지만 기억해요.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다. 그 사랑이 진실이었다면 절대 변하지 않아요. 이젠 용기를 내세요.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거예요. 눈물로 엇갈린 운명, 용기로 되돌릴 수 있어요.
소피의 이 편지를 시작으로, 클레어 할머니는 로렌조 찾기에 성공했고,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영화는 이야기한다. 영화는 말한다. 사랑에 늦었다는 말은 없다고, 진실한 사랑의 감정은 결코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그러나 나는 그 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 만큼 사랑했어도, 시간이 흐르며 바래지기 마련이다. 조금씩 흐려지고, 무뎌진다.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때는 더없이 진실했더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차츰 과거가 되어가고, 그렇게 모습을 바꾸어 가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도, 클레어 할머니와 로렌조 할아버지 둘 중 한 명의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 질 수도, 이루어 져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영화가 '지금'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후회가 얼마나 마음 깊이 남게 되는지 알지 않느냐고, 사랑한다면 당신의 오늘을 낭비하지 말고, 바로 오늘 당신의 사랑을 잡으라고. 소피의 말대로, 사랑에는 바다를 건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광과 함께하는 영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배경인 이탈리아의 '베로나'와 '시에나'가 내내 화면 가득 담긴다. 고전 속 줄리엣에서 시작한 영화의 멋진 배경은, 변하지 않는 사랑의 가치를 현재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더욱 로맨틱하고 달콤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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