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
– Love is Magic!
/ 노라 애프론 감독
/ 톰 행크스, 맥 라이언 출연
행복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이브, 애니는 자신의 연인 월터와 약혼했음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발표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에게 월터와의 첫만남에 대해 설명한다. 운명론자인 엄마는 그 만남을 '마법'이라 칭하며 그들이 서로 운명이라 믿지만, 현실론자인 애니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월터의 집으로 향하는 길, 애니는 차 속에서 라디오를 듣게 된다. 라디오 생방송에 전화를 건 건 꼬마 '조나'다. 조나는 크리스마스 소원이 무어냐는 질문에 "아빠에게 새 부인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나의 엄마이자 샘의 아내는, 병으로 일찍 죽고 말았다. 그들은 아내의, 그리고 엄마의 빈자리를 지워보고자 원래 살던 시카고에서 시애틀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빈자리는 크기만 하다.
영문도 모르고 아들 조나로부터 방송중인 전화를 넘겨받은 샘은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아내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아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It was a magic." 그리고 그 순간, 애나도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샘과 똑같은 말을 동시에 내뱉는다. 그 말은 그녀의 어머니가 즐겨 하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방송된 그 라디오는 큰 이슈를 불러 온다. 그리고 애나는 한번도 보지 못한 그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기자인 애니는 그 이야기를 취재한다는 핑계로 샘이 사는 곳을 찾아간다. 그러나 다른 여자와 함께인 광경을 보고 그저 약간은 멍청하게, 도로 한복판에 서서 "안녕"이라는 한 마디 인사만을 건넨 채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애니는 자신의 행동이 터무니없었음을 깨닫고 약혼자 월터에게 충실하기로 마음 먹는다.
영화 속 영화, '어페어 투 리멤버'
이 영화에는 줄곧 함께하는 또 한편의 영화가 있다. 바로 '데보라 커' 주연의 '어페어 투 리멤버'. 이 영화는 모든 여자들의 감성을 울리는 영화로 등장한다. 애니와 애니의 친구는 이 영화를 눈물 콧물 짜내며 함께 본다. 애니는 물론이요, 샘의 친구인 여성, 그리고 어린 조나의 여자친구까지 이 영화에 푹 빠져들고 만다.
배에서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약속한 그날, 약속장소로 오던 여자는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걸, 자신에 대한 사랑을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멀어져 가지만, 결국 돌고 돌아 만난다. 그들은 사랑이었고, 영화 속 사랑은 결국 만나는 것이니까.
이 영화 또한 운명적인 사랑, 혹은 사랑의 거대한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영화는 또 다른 영화를 이용해서, 사랑의 운명적인 힘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상당히 흡사한 두 영화의 포스터/ 어페어 투 리멤버(좌)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우)]
마법은 이루어 질까?
영화는 "Love is magic"이라는 거대한 판타지를 이야기한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남녀가, 더군다나 그 드넓은 미국의 끝과 끝에 사는 두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이룰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영화는 거의 희박한 그 확률 앞에 '운명'임을 강조하며 그 어려운 사랑을 끝끝내 이루어 냈다.
하지만 역시, 이성적으로 따지고 들자면 상당히 무리가 있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그저 라디오에 출연한 목소리 만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때문에 발렌타인데이에 쏘아주는 하트 모양의 불빛조차 '운명의 사인'이라 여기며 약혼을 파기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인물들은 그 사랑을 지킬 수 있었을까? 나는 어쩐지 "아니다"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은 삐딱한 마음이 스물스물 기어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애초에 그것이 '마법'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법'은 '기적'과도 같다. 극한의 확률로 일어나지만, 때때로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기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기는,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가 제일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다. 그런 시기에 일어나는 기적은, 왠지 한번쯤 믿어보고 싶기도 하다. 현실과 이성 말고, 꿈과 감성에 발을 살짝 담그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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