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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 평범한 삶에 대한 황홀한 찬사

스위벨 2014. 1. 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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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About Time) 

: 평범한 삶에 대한 황홀한 찬사

 

: 리차드 커티스 감독/ 돔놀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출연

 

 

약간 어설퍼 보이는 남자 '팀(돔놀 글리슨)'은 성인이 되던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가문의 비밀 하나를 듣게 된다. "우리 가문의 남자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아무 때로나 돌아가 히틀러를 죽이거나, 트로이의 헬렌과 잠을 잘 수는 없다는 아버지의 말이 덧붙여졌다.

 

시간여행은 본인이 알고 있는,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이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도 팀에게 호감이 있다. 그러나 함께 사는 한 극작가의 연극이 실패하는 걸 막기 위해 과거의 그날로 돌아간 팀은, 메리와의 만남이 사라져 버렸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메리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토대로 다시 메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 여행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아, 메리와 결혼하는 데 성공한다. 메리와 결혼하고 난 후의 나날은, 정말로 기쁘고 행복해서, 그는 시간여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 둘 사이에서는 예쁜 딸 포지도 태어났다.

 

 

 

 

여전히 선택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팀의 여동생 '킷캣'이, 남자친구와의 불행한 관계에 상처받아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는 여동생의 인생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은, 여동생을 데리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가 메리를 만나기 훨씬 이전의 시점이다.

그 곳에서 킷캣은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게 되고, 대신 팀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현실로 되돌아온 그녀는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팀은 기겁하고 만다. 자신의 딸 포지 대신, 다른 아이가 떡 하니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말한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바꾸면, 당연히 그 아이도 바뀌게 되는 거라고 말이다. 팀은 자신의 딸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한다. 여전히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그것이 동생을 불행에 빠트리고 그저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팀과 메리는 킷캣의 병실을 내도록 지키며 그녀에게 힘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킷캣은,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부터라도 바꿀 의지를 갖게 된다. 그리고 팀은 여동생에게 자신의 착한 친구를 슬쩍 들이밀어 준다. 비록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킷캣의 인생은 그렇게 바뀌었다.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찾고 싶은 것들

 

암에 걸린 아버지는 담담하게 그 사실을 팀에게 이야기한다. 팀은 묻는다. 이런 일이 예전에 또 있었느냐고. 그건 아버지가 시간여행을 해서 다시 이 자리에 또 있는 것이냔 사실을 묻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팀은 시간여행으로 어떻게 바꾸어 볼 수는 없었냐고 묻지만, 아버지는 최대한 빨리 진단을 받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슬픔에 빠진 팀에게 아버지는 괜찮다고, 인생의 50이란 이른 나이에 은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들이랑 더 많은 시간 탁구 치길 원하는 암 걸린 시간여행자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아버지는 자신이 암으로 죽을 것을 알고 있었고,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일은 이른 나이에 은퇴해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 덕분에 가족은 하루 종일 해변에서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고, 팀은 아버지와 수 없이 많은 탁구를 칠 수 있었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그가, 자신의 삶에서 진정 바란 건, 단지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은퇴해서 아름다운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해변에서 모두와 차를 마시고, 아들과 함께 탁구를 치고, 딸을 더 많이 안아주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수 없이 지나온 순간을 후회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과거로 돌아간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것들이었다. 분명 과거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똑같은 삶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같은 일을 다시 겪으며, 삶을 보는 마음이 바뀌었고, 여유를 가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삶의 결과를 바꾼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을 바꾼 것이었다. 그건 시간여행자로 평생을 산 아버지가 팀에게 남겨준 마지막 가르침이기도 했다.

 

◇◆◇

 

 

시간여행을 하는 팀과 아버지의 모습은 상당히 우스꽝스럽다. 시간여행이라는 놀라운 능력이 발현되는 방법이, 왜 이리 초라하고, 우스운 모습인 걸까? 그것은 '시간여행'이란 자체가 그리 놀라운 능력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아주 쉽다. 고요한 가운데서 주먹 불끈 쥐고, 내 안의 강한 바람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그때로 돌아가듯, 현재를 살면 되는 것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살고 싶은 삶의 모습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가르침에 덧붙인, 팀의 깨달음이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우리의 미래는 바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다소 뻔하고 그러면서도 상당히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주책스럽게도 조금 눈물이 났다. 그것은 다소 밋밋하고 평범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고된 우리의 삶에 대한, 매우 따뜻하고 황홀한 찬사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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