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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필요한 건 단 20초의 용기

스위벨 2014. 1. 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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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필요한 건 단 20초의 용기

: 카메론 크로우 감독 / 멧 데이먼, 스칼렌 요한슨 출연

 

 

아내가 떠났다. 너무도 사랑하는 여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떠나자, 남은 가족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첫째 아들 딜런은 학교 생활에서도 삐그덕 거리고 급기야는 퇴학을 당하는 사태에 이른다. 너무 깜찍한 막내 로지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어느 한구석 철이 든 것만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아빠 벤자민(멧 데이먼)은 아이들을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아내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만 느껴진다.

 

 

아들 딜런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나자, 아빠 벤자민은 이사를 가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장소가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주고, 과거의 아픔을 지울 수 있게 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마땅한 집을 좀처럼 찾을 수가 없는 가운데, 아빠 벤자민과 꼬마 로지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집을 발견한다.

 

그러나 부동산 업자는 영 떨떠름한 표정이다. 그곳은 동물원에 딸린 집으로, 동물원을 함께 사야만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벤자민은, 새들과 함께 노는 딸 로지를 보고 동물원을 사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들은 동물원을 샀다.

 

200여 마리의 동물이 사는 폐장 직전의 낡은 동물원. 용감하게 사기는 했으나, 사실 무모한 도전이었다. 아들 딜런은 이런 촌구석으로 이사를 오게 했다고 계속 삐그덕거리기만 하고, 동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벤자민은 하루 하루가 노상 모험이다. 그리고 낡은 동물원을 개장하기 위해 보수, 수리하는 비용으로 모든 잔고가 텅 비어버렸다. 하지만 모든 돈을 털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원 개장 허가를 받기에는 역부족인 것만 같다.

 

 

영화는 영국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정말로 동물원을 샀으며, 현재도 가족이 함께 동물원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은 이유들

 

벤자민이 동물원을 사서 새로운 보스로 출근한 첫날, 동물원 직원인 켈리(스칼렛 요한슨)가 따지듯이 묻는다. 도대체 왜 이런 낡아빠진 동물원을 샀느냐고, 무슨 생각인 거냐고 말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그래서 동물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던 켈리에게도 벤자민의 행동은 너무 무모했던 것이다.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벤자민은 이렇게 대답한다.

"Why not?"

한국말로 풀자면, "안 될 것도 없잖아." 쯤 될 것이다. 언뜻 뭔가 성의 없는 대답 같기도 하지만, 정답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고 그 이유를 따져 묻지만, 굳이 그래서 안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대답은 벤자민이 죽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해준 말이기도 하다.

 

 

벤자민은 영화 속에서 아들에게 이리 말한다. 용기를 내는 건, 20초면 충분하다고 말이다. 삶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데, 사실 우리 생각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벤자민은 그 20초의 용기로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충고로 용기를 낸 그의 아들 딜런도 첫사랑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들은 동물원이란 모험을 선택했고, 동물원을 샀고, 동물원에 산다.

어쩌면 삶이란 것 자체가 그리 심사숙고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사실, 1년을 고민하던 일도 한 순간의 선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고민은 길지만 선택의 순간은 짧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지 그 20초인 지도 모르겠다.

 

 

 

 

모험을 실현시켜 주는 20초의 용기

 

그들은 모험을 선택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과 부딪치고, 아들마저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었다. 현실적으로 돈은 빠듯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았다.

동물원에서도 벤자민은 죽은 아내의 기억 때문에 괴로웠다. 그러나 늙은 호랑이를 편안하게 보내주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를 보내주는 법을 배웠다. 아들과 터놓고 말할 기회를 얻었다. 사랑하는 딸은 동물들과 함께 티 없이 자란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모험은 성공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갈 모험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이다.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하지만, 그 두려움으로 사람들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곤 한다. 그래서 실패도, 또한 성공도 할 수 없다. 나도 또한 그렇다. 나도 '현실성'이라는 변명 아래 숨은, 지독한 겁쟁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손톱만큼의 용기가 더해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어떤 순간이 왔을 때, 정말로 20초의 용기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20초면 충분하다는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내 삶에서 한번쯤은 그런 용기를 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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