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속의 망상/영화 보기

소복소복~ 하얀 눈이 내리는 영화

스위벨 2013. 12. 13. 18:04
반응형

 

소복소복~ 하얀 눈이 내리는 영화

 

추운 겨울은 힘든 계절이기도 합니다. 찬바람이 몰아치고, 온 몸에 싸늘한 기운이 돌지요. 그런 겨울 중에 찾아오는 기쁨이라면, 흰 눈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를 향한 희망이겠지요.

특히 눈 내리는 겨울은, 어느 계절의 어느 날보다 운치 있어요. 그리고 그런 장면을 가장 예쁘게 담아내는 건, 뭐니뭐니해도 영화지요. 소복한 눈을 기다리며 눈이 참 아름답게 내리던 영화 한편 어떠세요?

 

◇◆◇

 


로맨틱 홀리데이

낸시 마이어스 감독 / 카메론 디아즈,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 잭 블랙 출연

 

사랑에 상처받은 두 여자가, 연휴기간 동안 서로 집을 바꾸어 살기로 합니다. 이른바 '홈 익스체인지'. 자신이 너무나 익숙한 그곳에서는 도저히 과거를 잊을 수 없을거란 판단 때문이에요. 그렇게 화려한 LA에 사는 아만다(카메론디아즈)는 영국으로, 영국의 소박한 마을에 사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LA로 옮겨갑니다. 사는 곳의 차이 만큼이나, 성향이 다른 두 여자는 그렇게 자신의 둥지를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를 틉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그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펼쳐지려 합니다.

영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겨울은, 참 아기자기 합니다. 요정이 나올 법한 영국풍의 집도 정말 예쁘고요.  

 

 


 

이터널 선샤인

미셸 공드리 감독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출연

 

겨울이 다가오면 반드시 생각나는 영화에요. 두 주인공이 꽁꽁 얼어붙은 호숫가에 나란히 누워 있던 장면이 꼭 기억나지요. 사랑에 괴로운 연인들… 하지만 그와 관련된 기억만 지워버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존재까지도 내 삶에서 지워질 수 있는 걸까요?

얼어붙은 호수, 눈 쌓인 바닷가, 그곳의 행복한 연인. 내 삶에서도 연출해 보고픈 한 장면이에요. 이들처럼 하얀 눈밭에서 한번쯤 굴러보고 싶은데, 요새 눈은 진한 산성눈이라 만지지 말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흘러 나오네요.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감독/ 나까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출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한 여자는 과거 속에 잊혀있던 사랑을 비로소 발견하게 되지요. 그리고 또 다른 한 여자는 미련하게 붙들고 있던 과거의 사랑을 떠나 보내게 됩니다. 그들의 사랑은 눈과 함께 되살아나고, 눈과 함께 작별을 고합니다. 소리 없이 밤새 쌓이는 눈처럼, 내 마음에도 무언가가 소복하게 쌓인 듯한 느낌을 주던 영화예요.

영화를 촬영한 곳은 일본에서도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홋카이도 지역인지라, 영화 보는 내내 눈 장면이 끊이질 않습니다. "오갱키 데스까~" 여주인공의 이 외침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너무 익숙할 정도로 유명해요. 

 

 

 


가위손

팀버튼 감독 / 조니 뎁, 위노나 라이더 출연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 할머니의 옛날 얘기처럼, 동화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흡사 괴물과 같은 인상을 주던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을 이용해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하나의 오해를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은 에드워드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다시금 그를 냉대하기 시작하지요. 결국 에드워드는 다시 자신의 그 외로운 성으로 돌아갑니다.

가위손 에드워드가 커다란 얼음 조각상을 이용해 킴에게 눈을 내려주던 장면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명장면이에요. 그의 가위손은 다른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킴에게만큼은 행복이었겠지요. 

 

 

 

 

철도원

후루타야 야스오 감독 / 타카쿠라 켄, 히로스에 료코 주연 

 

시골의 종착역, 평생을 그곳을 지킨 철도원이 있습니다.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그 작은 역을 떠나지 못했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위해 그곳을 지킨 그였지만, 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지킬 수 없었어요. 작은 아기였던 딸도, 고운 아내도.

정년 퇴임을 앞둔 새해 아침, 하얀 눈 사이로 한 소녀가 찾아 옵니다. 마치 기적처럼 말이죠. 평생 외롭던 그의 삶에, 따사로운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하얀 눈에 파묻힌 시골의 작은 역은, 쓸쓸함과 포근함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그의 모든 삶과, 그의 후회와 회한이 모두 담긴 작은 역. 하얀 눈은 그렇게 그의 삶을 감싸듯 작은 역에 소복히 쌓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출퇴근을 하면서부터, 눈이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가 되어 버렸어요. 눈의 로망도, 그렇게 현실에 차츰 밀려가네요. 하지만 영화 속 화면은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그 화면에 눈을 붙이고 앉아 있는한, 흰 눈은 여전히 나에게 설렘이고, 로망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