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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6

[소설] 새의 선물 – 은희경 : 삶의 악의를 대하는 방어적 시선, 냉소

[도서, 책] 새의 선물: 삶의 악의를 대하는 방어적 시선, 냉소 / 은희경 지음 작가 '은희경'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냉소'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에게 붙은 그 대표적 수식어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은희경 작가의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12살 소녀, 진희의 시선 12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를 당당하게 외치는 12살 소녀 진희. 그녀는 그 나이 또래의 어린아이에게 걸맞지 않은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어른들이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것은 자신이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희는 이웃집 어른들이 감추고 있는 그들만의 내면을 곧잘 눈치채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만큼 순..

[소설] 외딴방 - 신경숙 : 우물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시간들

[소설] 외딴방 : 마음의 우물, 그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시간들 / 신경숙 지음 간혹 말을 하기 힘든 책들이 있다. 단순히 감동이라고도 슬픔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그러나 나조차 알 수 없는 깊은 어딘가로 한 없이 침잠하게 만드는 책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의 시작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도 픽션도 아닌 중간쯤이라 했으니, 그 말은 결국, 이 글은 사실이기도, 픽션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 소설 속에는 작가의 시간이 녹아 있다. 거기였다. 서른일곱 개의 방 중의 한, 우리들의 외딴방. 그토록 많은 방을 가진 집들이 앞뒤로 서 있었건만, 창문만 열면 전철역에서 셀 수도 없는 많은..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배신

[책] 살인자의 기억법 –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배신 / 김영하 지음 줄거리 한 연쇄살인범이 있다. 그는 과거 많은 사람들을 살해했다. 그에게는 딸 '은희'가 있다. 친딸은 아니다. 은희는 그가 과거에 죽인 여자의 아이였다. 여자는 그에게 아이만은 살려달라 애원했고, 살인자는 그러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며, 자신의 딸로 키워냈다. 그래서 25년 간 살인을 하지 않고 지냈고, 공소시효도 지나갔다. 그는 이제 70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그는 사라지는 자신의 기억을 붙잡아 두기 위해 모든 일을 종이에 적고, 녹음을 한다. 그러나 그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잠시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도, 과거에 자기가 적어놓은 것이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 그..

[소설] 흑룡전설 용지호 - 자전거를 타고 날아보자, 팔짝!

[책] 흑룡전설 용지호 (제 4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 김봉래 지음 "양재천에 드래곤이 있다!" 언제부턴가 양재천 자전거길을 오가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양재천에 가면 드래곤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 입소문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줄거리 평범한 중학교 3학년 학생 용지호. 그는 조금은 어리숙하고 소심한 남학생이다. 그의 친구는 개그맨을 꿈꾸는, 그러나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별 영향력 없는 '오밤' 정도. 어느 날 아빠가 회사에서 자전거를 받아오게 되고, 자전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 지호는, 양재천을 따라 대치동에 있는 학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지..

[소설] 너를 봤어 - 김려령 : 어둠 속에서 본 어떤 것들

[소설] 너를 봤어 – 어둠 속에서 본 어떤 것들 / 김려령 지음 인정받고 있는 중견 작가 수현, 겉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참 곱고, 고생 모르고 자란 느낌이다. 타인은 그렇게 그를 본다. 그러나 자신이 보는 수현은 다르다. 수현은 자신만이 아는 과거의 어두운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자신만이 내부에 있는 그것을 본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너를 봤어."라고 말한 그 짧은 순간, 이미 강렬하게 그의 전부를 잠식하며 자리잡은 사랑이었다. 그녀는 후배 작가인 '영재'다. 영재는 참으로 거침없고, 그러면서도 따뜻하다. 그래서 수현은 그녀로 인해 구원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자신이 개울가로 이끈 술 취한 폭력 아버지로부터,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치미 땠던 아내의 자살로부터, 어머니..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소멸할 모든 것들에 대한 감탄

[책] 두근두근 내 인생 – 소멸할 모든 것들에 대한 감탄 / 김애란 지음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나를 다시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부모님은 17살 때 '아름'이를 낳았고, 이제 아름이는 17살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이란 자로 측정할 수 없는 생을 살았다. '조로증'이라고 불리는 병에 걸린 아름이는 이미 노화된 노인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증상으로 인한 고통의 시간은 아름이로 하여금 남들보다 긴 시간 속에 홀로 있도록 만들었다. 아름이의 신체 나이는 여든을 넘었다. 심장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고, 피부는 탄력을 잃었으며, 눈은 곧 어둠에 갇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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