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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침묵의 거리에서 - 오쿠다 히데오 : 침묵 속에 묻힌 학교폭력의 진실

스위벨 2014. 5. 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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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침묵의 거리에서 - 침묵 속에 묻힌 그날의 진실

/  오쿠다 히데오 지음

 


    줄거리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저녁 무렵의 중학교에서, 한 아이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죽은 남학생의 이름은 '니구라'다. 


그 아이가 발견된 장소는 운동부 건물 옆의 콘크리트 도랑이었다. 니구라는 운동부 건물의 지붕에서 떨어지며 도랑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운동부 건물 옆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는데, 남자 아이들이 운동부 건물 지붕에서 곧잘 나무로 건너 뛰는 장난을 했다. 때문에 나구라도 은행나무로 뛰어내리려다 실족사한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검시하던 중, 니구라의 몸에서 학교폭력의 상처가 발견된다. 등에 누군가 심하게 꼬집은 내출혈의 흔적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그에 따라 사건은 단순 사고에서 학교폭력에 의한 사망으로 전환된다.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강압적으로 지붕에서 뛰어내리게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4명의 아이들을 지목한다. 

그 아이들은 중학교 동급생으로, 같은 테니스부에서 활동하던 아이들이다. 그들은 조사 결과, 그 아이들은 사건 당일에 니구라와 함께 운동부 지붕 위로 올라간 것으로 밝혀진다.

 

 

다수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건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조금 떨어져서 사건을 바라보려 한다.

 

책은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망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요 아이들이 피해자와 있었던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회상하는 듯한 구성이다. 

그리고 사건을 보는 인물 중에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도 있고, 그 가해자와 같은 반이었던 여학생도 있고, 가해자의 부모도 있으며, 피해자의 부모도 있다.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과 검사, 선생님과 기자의 시각이 더해진다. 

 

책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에게, 그렇다고 가해자에게 밀착된 것도 아닌,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수의 인물들은, 한 사건에서 가질 수 있는 상당히 여러 가지의 입장과 시각을 대변한다.

  


 

중학생, 또래집단의 특성

 

책은 '중학생'이란 시기가 갖는 특성을 꽤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아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립하는 불안정한 시기, 그 시기에 가지게 되는 청소년들의 면면을 상당히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저마다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가치관과 생각이, 또래 집단에서 어떠한 형식으로 나타나고, 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도 잘 드러나 있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 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 게임을 시작한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소설]

 


완벽한 악은 없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은 있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을 지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다. 책에 실린 작가의 말 중에 '100%의 악도, 100%의 정의도 없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 말처럼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선과 악을 모두 동시에 지니고 있다. 아이들 중에는 도리어 니구라를 도와주려 한 아이도 있었다. 안 됐다고 생각한 아이도 있다. 그러다가도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괴롭힘에 동참하기도 했다. 피해자인 니구라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악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비열한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 그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피해자에게서 찾을 수 있는 이런저런 문제점이다. 니구라는 눈치가 없어, 비겁해, 얄미워…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마치 그 아이를 괴롭힌 것이 아니라,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으며, 고작 핑계일 뿐이다. 아무리 그 아이가 눈치가 없어도, 설사 심한 잘못을 했어도, 그 아이를 괴롭히고 때릴 자격은 없다. 그 가해자인 아이 자체가 100%악은 아니지만, 그 아이가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한 그 행동은 명확히 잘못이다.

하지만 책에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었던지, 그에 대해서는 간과한 것처럼 그냥 지나친다. 그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그리고 결국 진실은 아이들의 '침묵' 속에 묻힌 채 끝나버린다. 그날의 진실을 아는 것은 책 속의 네 명의 아이와, 독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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